좋아하는 시(詩 능선)

속도/이원규

능선 정동윤 2011. 9. 14. 15:48

속도/이원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약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 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서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 버릴 것이다

 

마침내 비닐하우스 속에

온 지구를 구겨넣고 계시는

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

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년을 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