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여백/도종환

능선 정동윤 2011. 9. 14. 16:55

여백/도종환

 

 

언덕 위에 줄 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도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 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