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나도 왕년에는/강연호
능선 정동윤
2011. 9. 15. 13:20
나도 왕년에는/강연호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당엔 사내들 몇이서 밥대신 소주 들이키며
저마다의 왕년을 안주 삼고 있었습니다
나도 왕년에는 소주에 밥 말아 먹던 시절 있었나요
사내들의 뒷덜미를 움켜쥔 그림자 흔들리고
불빛에 베인 눈시울은 붉다 못해 황량했습니다
쓰디 쓴 왕년을 입 안에 털어넣으며
사내들은 헐거운 삶을 더욱 풀어놓았구요
내 늦은 저녁도 소주처럼 쓰고 차가왔습니다
쓰디 쓴 밥알들을 입 안에 털어넣고
왕년인 듯 오래오래 씹고 또 씹었습니다
덧난 눈시울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