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살가죽 구두/손택수

능선 정동윤 2011. 9. 15. 13:59

살가죽 구두/손택수

 

 

세상은 그에게 가죽구두 한 컬레를 선물했네

맨발로 세상을 떠돌던 그에게

검은 가죽구두 한 컬레를 선물했네

 

부산역 광장 앞

낮술에 취해

술병처럼 쓰러져

잠이 든 사내

 

맨발이 캉가루 구두약을 칠한 듯 반들거리고 있네

세상의 온갖 흙먼지와 기름떼를 입혀 광을 내고 있네

 

벗겨지지 않는 구두,

그 누구도

벗겨갈 수 없는

맞춤 구두 한 컬레

 

죽음만이 벗겨줄 수 있네

죽음까지 껴 신고 가야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