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야기

‘태양을 담는 공장’ 엽록체

능선 정동윤 2011. 9. 19. 22:28

 ‘태양을 담는 공장’ 엽록체



녹음방초(綠陰芳草)란 말이 딱 마음에 와닿는 계절이다. 녹음은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의 그늘을, 방초란 꽃다운 풀을 말하지 않는가. 온사방 짙푸른 풀ㆍ나무들이 길길이 자라 눈앞을 가린다. 활짝 핀 이파리를 가득 매달고 있는 나무에다 탐스러운 꽃송이를 머리에 인 예쁜 풀들이 아우러져 있는 대자연은 풍요로움 그 자체다. 새소리가 더하여 웅장한 교향곡이 울려 퍼지고….

그런데 어찌하여 저 식물들의 잎사귀는 녹색일까. 잎사귀는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원초(原初)의 연두색을 띠고 있다. 식물(녹색식물을 말함)의 이파리에 엽록체(葉綠體)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잎의 세포에는 평균 50∼200개의 아주 작은, 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보이는 엽록체 알갱이가 들어있다. 모양을 굳이 따진다면 원반(圓盤)꼴에 가깝고, 하등한 식물은 세포 하나에 엽록체 하나만 갖는 수도 있다.

같은 식물인데도 응달의 잎은 양달의 것보다 더 진한 녹색이다. 응달의 잎에는 엽록체가 더 많이 들어있고, 잎이 아주 얇고 넓어서 햇볕을 많이 받으려고 한다. 반대로 양지에 사는 식물은 태양을 풍부히 받기에 잎이 통통하고 두껍다.

엽록체가 들어있으면 왜 잎이 녹색이란 말인가. 여러분은 “엽록체가 녹색을 띠기 때문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 말도 맞다. 실은 엽록체에는 엽록소(葉綠素)라는 아주 작은 알갱이가 그득 들어있다. ‘잎파랑이’라는 순우리말을 가진 엽록소가! 잎파랑이는 다른 색은 모두 다 흡수하고 녹색만 반사한다. 때문에 잎이 녹색이다. 그렇다! 저 이파리가 햇빛의 여러 색깔 중에서 다른 것은 빨아들이면서 연두색만 반사하기에 우리 눈에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엽록체는 태양에너지를 받아서 화학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광합성(光合成)을 하는 곳이다. 이 세상에서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오직 엽록체뿐이다. 광합성이란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과 양분(비료), 잎의 숨구멍(기공)으로 들어온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엽록체에서 빛(에너지)을 받아 포도당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빛에너지가 포도당이라는 물질 속에 화학에너지로 전환, 저장되는 과정이 광합성이다. 그 결과 먹이감인 포도당은 물론이고 신선한 산소라는 부산물이 나온다. 우리의 생명을 담보하는 포도당과(이것을 원료로 하여 여러 양분이 만들어짐) 그 맑은 산소가 광합성의 산물이란다! 그리하여 엽록체는 태양을 담는 공장이다. 세상에서 유일한 양분 제조공장이다.

만일에 무슨 일로 식물이 다 죽어버렸다고 치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당장에 배고파 죽어버리고 만다. 양분 공장이 다 날아가 버렸으니. 밥이 어디 있으며 빵을 누가 준단 말인가. 우리가 밥과 빵, 귤을 먹는다면 그것은 모두 빛(태양)에너지를 먹는 것이다. 벼나 밀에서 쌀과 밀을, 귤나무에서 귤을 따왔다. 두 식물의 엽록체가 빛에너지를 받아서 광합성을 하여 녹말(밥)과 주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니 알고 보면 우리는 태양에너지를 꾹꾹 씹고, 빛에너지를 훌훌 마신다. 그리고 식물이 사라져 버리면 푸성귀는 어디에서 먹고, 비타민이나 무기염류를 어디에서 얻는단 말인가.

대신 달걀과 생선을 먹으면 될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달걀을 먹는 것도 태양에너지를 먹는 것이다. 그렇다. 닭은 곡식을 먹고 알을 낳았고, 곡식류에는 엽록체가 만든 태양에너지가 들어 있다. 또 물고기, 예를 들면 조기 한 마리를 먹는다 치자. 그것 역시 태양에너지를 먹는 것이다. 바다에서 엽록체를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이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꿔 저장하였고, 그것을 동물성 플랑크톤→새우→작은고기→중간고기→조기의 순서대로, 먹이사슬을 타고 에너지가 흘러와서 결국 그 에너지를 우리가 먹는다. 반복하지만, 달걀이나 조기를 먹는 것도 곧 엽록체가 고정한 태양에너지를 먹는 것이다. O sole mio!(오, 나의 태양!)

지구의 모든 에너지는 태양에너지에서 온다. 따라서 모든 생명의 원천은 햇빛에, 또 그것을 고정한 엽록체에 있다. 인간은 식물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 곁다리일 뿐. 신통력을 부리는 풀ㆍ나무, 녹색식물(綠色植物)에 더 없는 경의를 보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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