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1096

소월, 백석 그리고 동주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시인, 일제 시대를 관통하며 민족의 정서를 달래주었던 소월, 백석 그리고 윤동주를 불러내어 시의 호수로 배 저어 갑니다. 1.소월의 시:11편 1.)초혼 2.)진달레꽃 3.)못 잊어 4.)산유화 5.)개여울 6.)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7).먼 후일 8.)임과 벗 9.)가는 길 10.)왕십리 11.)접동새 1.)초혼/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원태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만큼 나를 아껴줬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거지 눈씻고 찾아봐도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봐주던 사람입니다. 어쩜 그렇게 눈빛이 따스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살아도 이 사람은 이해 해주겠구나 생각들게 해주던 자기 몸 아픈 것보다 내 몸 더 챙겼던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랑해 주었던 한 사람입니다 내가 감기로 고생 할 때 내 기침소리에 그 사람 하도 마음 아파 해 기침 한번 마음껏 못 하게 해주던 그런 사람입니다. 지금 그사람 나름대로 얼마나 가슴 삭히고 살고 있겠습니까 자기가 알텐데 내가 지금 어떻다는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을텐데..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청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 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

꽃자리/구상

꽃자리/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유병록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 하지 않기로 해요 봄이에요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금방 흘러가고 말 봄ㅃ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박인환 대표시

1956년 시인 이상의 추모의 날부터 과음으로 심장마비, 약물 과다 설도 있음. 죽기 7 일전 은성에서 만나 작시/이진섭 작곡 나애심 노래/테너 임만섭 노래 1.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2.검은 강 신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최종의 노정을 찾아보았다 어느날 역전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합창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자와는 반대 방향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청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 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김춘수

다뉴브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의 첫겨울 가로수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발의 쏘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순간, 바숴진 네 두부는 소스라쳐 삼십보 상공으로 튀었다. 두부를 잃은 목통에서는 피가 네 낯익은 거리의 포도를 적시며 흘렀다. 너는 열 세 살이라고 그랬다 네 죽음에서는 한 송이 꽃도 흰 깃의 한 마리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놓아 울 수도 없었다. 죽어서 한결 가비여운 네 영혼은 감시의 일만의 눈초리도 미칠 수 없는 다뉴브강 푸른 물결 위에 와서 오히려 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소리 높이 울었다. 다뉴브강은 맑고 잔잔한 흐름일까, 요한·슈트라우스의 그대로의 선율일까, 음악에도 없고 세계지도..

7그리운 바다 성산포

그리운 바다 성산포/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도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을놈의 고독은 취하지도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는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그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는 그 슬픔을..

내가 백석이 되어

내가 백석이 되어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 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 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 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 놓고 간 그녀의 스무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