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359

북한산 자락 아래

북한산 자락 아래/정동윤 근 7 년 만에 북한산 소나무의 향기를 맡았어요 불광역 2 번 출구에서 구기터널 입구로 가서 향로봉 차마고도 길 아래로 올라 탕춘대 능선 타고 장미공원으로 한 바퀴 돌아 통나무집에 왔죠 2 시간 반의 짧은 코스였지만 시산제도 지냈던 추억의 산길이고 계곡과 능선의 변함없는 모습 봄 가뭄에 계곡은 말랐으나 진달래가 환하게 우릴 반기네요 익숙한 길이 더러는 막히고 더러는 바뀌었지만 그 분위기나 공기는 여전히 싱싱하였고 향후 산행의 자극까지 받았지요 둘레길 자락길 골목길을 다니다 울퉁불퉁 바위나 가파른 오름은 긴장과 집중력을 높였고 아직도 녹슬지 않는 다리 근육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다시 북아등을 시작해도 별 문제 없을 것 같았어요 통나무집에서 일 년에 한 번을 만나도 만나야한다는 의견..

2 월의 서촌 산책

2월의 서촌 산책/정동윤 경복궁역 5 번 출구는 길다 궁궐의 풍경을 보려면 한참 걸어야 하나보다 또 사람을 기다려도 오래 기다려야 하나보다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도 길다 왜 9 년의 유배를 갔는지 그의 세한도가 여러 사람을 거쳐 이제야 용산의 국립 박물관에 걸리게 된 과정도 길다 통의동 백송은 왜 잘렸는지 당시 청와대 주인이 지극 정성으로 살리려 애썼는데, 끝내 죽어야 되었는지 후계목은 과연 직계 자손일까 보안여관은 서정주 시인의 동인지 '시인부락'의 중심지 수많은 문인이 모여 예술혼을 태웠고 소월의 손녀도 시인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죠 옛 진명여고는 엄귀비의 애국심 표현 외국의 선교사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 세운 첫 여학교, 나혜석의 천재성이 빛났고 궁녀들도 신교육을 받았던 곳 춘원 이광수의 집은..

정동의 추억을 더듬으면

정동의 추억을 더듬으면/정동윤 시청역 앞 3 번 출구서 만나 영국 성공회 성당의 세실 신부는 한국 전쟁 때 북한에 납치되어 모스크바로 가다가 포로 교환으로 풀려나셨지요 로마네스크풍의 건물엔 한국의 서까래와 기와를 엮어 고풍스러운 멋을 풍겼지요 조선 태조의 지극한 사랑은 신덕왕후의 무덤을 바로 곁에 두어 그 능을 정릉이라 불렀다가 계모와 사이가 나빴던 아들 태종이 정릉에서 무덤을 옮기니 정동이라는 이름만 남았는데 그곳이 바로 영국 대사관 자리 미국은 실패를 하였고 러시아는 성공했던 신흥 강국 일본의 강짜를 피해 고종의 경복궁 탈출을 도운 일는 바로 엄상궁의 지혜, 상궁 시절부터 궁궐 출입 시 문을 지키는 수문장들에게 용돈을 잘 주어 인기가 있었지요 을미사변으로 명성왕후를 잃은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겨..

윤동주 길

윤동주 길 오늘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윤동주를 생각하며 '윤동주의 길'을 엮어보았다. 신촌에서 시작하여 신촌 연세대 정문☞윤동주 기념관☞ 안산☞안산 자락길☞무악재 하늘다리 ☞인왕산☞기린교☞ 윤동주 하숙집 ☞인왕산 자락길☞초소카페☞서시정 ☞윤동주 시비☞윤동주 문학관 창의문 아래서 마무리 하였다. 신촌에서 안산과 인왕산을 걸치는 테마 여행으로 꽤 괜찮았다. (*연세대 윤동주 기념관은 사전 예약제)

진경산수화 길

진경산수화 길, 겨울 산책/정동윤 겸재의 진경산수화는 눈 앞 풍경에 화가의 생각을 담아 자신의 시선이 잘 드러나도록 사물의 본질을 파고드는 그림이다 한 시대를 열어주는 그림, 그 뜻을 따라 걷는 겨울 산책은 창의문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서시' 비와 뒷면의 '슬픈 족속'을 낭랑히 읽고 출발한다 발 아래, 청운 문학도서관은 한옥 기와집 마당의 연못과 꽃담이 일품 백운계곡 절벽 위의 그윽한 자태 한양의 서촌이 옹기종기 보인다. 눈 밑 백운동천 바위, 그곳으로 가려면 구기터널 입구 옆 모르몬교의 교회당 언덕을 오르면 풍운아 김가진 전 법무대신의 집 시들고 바랜 묵정밭 변함없는 바위 온 길을 되돌아서, 언덕 아래 경기상고로 들어서면 화단엔 고귀한 붉은 반송의 도열 건물 뒤쪽에 은거한 청송당지는 청송 성수침이 ..

선유도 겨우살이

선유도 겨우살이/정동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꽤 오래전 있었던 일인지라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내용은 잊히지 않는다 여의도에서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여했다가 한강 공원을 산책하다 선유도 닿았다. 선유도에는 예전에 정수장이 있었으나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조성 당시에 지방자치 단체장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도록 단속하고 조경전문가가 소신껏 공원을 만들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거닐었다. 잘 가꾸어진 공원 이곳저곳을 거닐고 있었는데 결혼 화보를 찍기 위해 나온 예비 신랑신부와 촬영 기사를 지나다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나에게 정중한 부탁을 했다 신랑신부의 화보 촬영 배경으로 뒤에서 걸어가는 사람의 역할을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No! 싫습니다. 이제..

서울의 개신교 교회 순례

서울의 개신교 교회 순례/정동윤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향기로 남아 골목골목 걷는 기분과 북촌길, 정동길, 고궁의 담길을 고즈늑하게 걸으면서 고딕 건축, 로마네스크 양식, 비잔틴 건축을 비교하게 되고 '건축은 빛과 벽돌로 짓는 시'라는 건축가 김수근의 말처럼 붉은 벽돌의 예술을 감상합니다. 오늘은 새 사역을 시작하는 '더 바이블 처치'의 풍성한 열매 맺음을 위한 순례로 아내와 함께 했습니다. 내일은 친구들을 안내합니다. 1.남대문 교회 1887 2.상동 교회 1901 3.명동 성당 1898 4.승동 교회 1893 5.중앙교회 1890 6.안동 교회 1909 7.종교 교회 1900 8.새문안 교회 1887 9.정동 제일 교회 1885 약 백 년 전 유교 문화가 성벽을 쌓은 한양에 서구의 선교사들은 흰옷의 조..

가을의 인천

가을의 인천 나들이/정동윤 가을 밖으로 나가고 싶어 양재에서 인천 월미도로 달려 도착한 월미도에서 먼저 개신교 선교 백 주년 기념탑을 보고 차량에 굳어진 몸을 쭉 펴며 떡 과자 커피로 에너지 충전하였죠 일단 월미 박물관 역에서 바다 열차 모노레일에 몸을 실어 월미 바다역에 내려 인천역 앞으로 나서니 건너편 차이나타운의 제일 패루가 보였어요. 큰 길로 올라 중앙 계단에 앉으면 왕의 의자에 앉은 듯 보이는 착시 배경 그림이 재미있었어요 차이나타운의 길 위에 걸린 국기는 중국의 오성홍기가 아니라 타이완의 청천백일기였어요 제삼 패루 선린문 아래 초한지 벽화를 슬쩍 보고 자유 공원으로 올라갔죠 바로 아랫길엔 삼국지 벽화가 관우를 내세우며 그려져 있었지만 우리나라 최초 서구식 공원인 백 년도 넘은 수목이 우거진 자..

제부도 나들이

제부도 나들이/정동윤 맑은 가을이었죠 설악산엔 17 년 만에 시월의 폭설이 12 cm 내렸다죠 아침 날씨가 꽤 쌀쌀하더라고요 독감 주사를 맞기로 하고 내복 하의와 마스크를 챙긴 뒤 의원에 들렀다 사당역으로 갔죠 오전 10 시 경은 지하철도 한산해요 주말이나 공휴일을 피하고 붐비는 출퇴근 시간을 비껴가면 서울의 나들이 길도 고요하고 나른함이 조용히 깔리기도 해요 사당역 10 번 출구로 나와 1002 번 광역 버스를 타면 서해 전곡항 종점에 내려줍니다 그곳엔 해상 케이블카가 있죠 여수, 목포, 삼척, 부산의 송도,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1550 원에 사당에서 전곡역까지 편안하게 시외의 풍경 즐기며 갈 수 있어요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신비한 갯벌 길을 존중하며 아예 낮은 도로로 만들어 물도 차도 다닐 ..

세월, 김동길 박사

세월, 김동길 박사/정동윤 김 박사께서 세월을 이야기하며 40에서 50 사이는 41,42,43,44,로 빨리 세는 속도로 가고 50에서 60 사이는 50,55,60 으로 건너뛰듯 지나가고 60에서 70 사이는 60,70 하면서 툭 지나가고 70에서 80 사이는 7080 동시에 지나가는데 80 이후는 눈 깜짝하면 1 년이라면서 가는 세월 아쉬워 말고 94 년 사셨지만 남길 것 아무것도 없다며 시신을 의과대학에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유머와 시 암송을 즐겨하는 김동길 박사를 생각하다 문득 손녀가 생각났다. 올여름 파나마 사는 딸이 왔는데 함께 온 8 살, 5 살 손녀가 파나마에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한국말 해보라고 할 때 난처하다고 얘기하길래 김소월의 시 '가는 길'을 들려주고 아이 둘에게 모두 암송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