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인천 나들이/정동윤
가을 밖으로 나가고 싶어
양재에서 인천 월미도로 달려
도착한 월미도에서 먼저
개신교 선교 백 주년 기념탑을 보고
차량에 굳어진 몸을 쭉 펴며
떡 과자 커피로 에너지 충전하였죠
일단 월미 박물관 역에서
바다 열차 모노레일에 몸을 실어
월미 바다역에 내려
인천역 앞으로 나서니 건너편
차이나타운의 제일 패루가 보였어요.
큰 길로 올라 중앙 계단에 앉으면
왕의 의자에 앉은 듯 보이는 착시
배경 그림이 재미있었어요
차이나타운의 길 위에 걸린 국기는
중국의 오성홍기가 아니라
타이완의 청천백일기였어요
제삼 패루 선린문 아래
초한지 벽화를 슬쩍 보고
자유 공원으로 올라갔죠
바로 아랫길엔 삼국지 벽화가
관우를 내세우며 그려져 있었지만
우리나라 최초 서구식 공원인
백 년도 넘은 수목이 우거진
자유 공원의 숲길 여유롭게 오르면
한미수교 100 주년 기념탑이
꽤 비장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고
그 아래 보이는 맥아더 장군 동상은
새롭게 조경하느라 통제하여
멀찍이 서서 보았어요
인천 내항과 먼바다를 감상하고
제물포구락부를 찾아갔지요
계단으로 바로 내려올 길을
빙 둘러 왔지만 고풍의 옛 건물은
잘 관리되고 있었어요
인천 개항 당시 어깨에 힘을 주는
일본 청국 등 외국인의 사교장이었죠
한 칸 내려 인천시민愛집은
외부는 전통 한옥집이지만
내부는 서양식의 편리함을 갖췄어요
대문으로 내려오는 길은
잘 조경된 골목의 돌계단이었어요
대문과 가옥이 꽤 떨어져 있고
옛인천 시장의 관사로 쓰였다가
지금은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네요
바로 옆집, 이음 1977 벽돌집은
당시 부잣집의 격조가 보였어요
'건축은 빛과 벽돌로 짓는 시'
이런 철학을 가진
건축가 김수근의 1977 년 작품이죠
언덕 위의 벽돌집은 높은 담장으로
밖과 차단한 섬세한 구조였어요
가을의 골목을 빠져나오니
인천 중구청이 나타나고 주변은
일본풍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었어요
슬픈 시대의 상징적 건물들이
수두룩하게 옛 모습을 간직하여
박물관 전시관으로 활용되지만
일본 번화가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어요
신포국제시장 쪽으로 거쳐
언덕 위의 답동 성당에 닿았죠
로마네스크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
고딕풍의 명동 성당의 설계한 코스트 신부가 설계한 성당입니다
그리고 점심 먹고 차로 찾아간
내리교회는 1891년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 부부가 세운
최초의 개신교인 까닭에
‘한국의 어머니 교회’라고도 불리며
답동 성당과 큰 길 하나를 두고
각각 언덕 위에 자리 잡았고
영국 성공회 내동 교회도
내리교회 바로 뒷편에 있음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오늘의 점심은 차이나타운 중국집,
간식으로 허기를 느끼지 못해
많이 걸으며 답사 시간을 늘렸고
붐비는 점심시간을 피해 들어가니
음식들도 신속하게 나왔습니다.
느긋하게 즐기는 만찬은
함께 바라본 시선을
마주 바라보는 시선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휴식의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월미산 둘레를 공중 모노레일로
두 칸 열차가 해설을 싣고 달렸죠.
둘레길, 절, 정원, 학교, 창고
항구의 기선과 포구의 고깃배
박물관까지 촘촘히 박힌 섬이었어요
바다, 수평선, 긴 다리의 풍경
산과 하늘 그리고 흰 구름은 배경
구겨진 마음 팽팽하게 펴 준 여행
가을 밖에서 쉬고 있는 갈매기도
함께 한 도반처럼 반가웠어요
모노레일로 월미 박물관역으로 가서
차를 타고 놓친 내리교회를 거쳐
바로 뒤에 내동교회가 있었지만
시간에 쫓겨 답사를 미루고
선바위역으로 돌아와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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