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라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우리는 동식물들이 이 한겨울에 어떻게 얼어죽지 않고 추위를 견디는지 봐왔다. 식물은 세포 안에다 당분(糖分)을 넉넉히 넣어두어 추위를 이겨내고 청개구리는 주로 지방을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북극의 차가운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어떻게 체온을 보존하고 있을까. 보통 생물들이 부동액(不凍液, antifreeze)으로 쓰는 포도당이나 글리세롤(glycerol) 외에 당단백질(糖蛋白質, glycoprotein)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점이 약간 다르다. 그것을 특수 단백질이라 해두자. 이 단백질 덕분에 북극의 ‘얼음물고기(icefish)’는 바닷물이 얼기 직전 온도인 섭씨 영하 1.8도에서도 끄덕 않고 헤엄을 친다.
사람 몸도 추위를 견디기 위한 장치가 있다. 우선 기온이 뚝 떨어지면 살갗 밑의 피하지방(皮下脂肪)과 창자를 얽어매고 있는 장간막(腸間膜)에 기름이 그득 쌓인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아닌 지방(기름)을 몸 안에 저장한단 말인가. 미리 말하지만 누런 기름은 일종의 청정 저장물이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각각 1g에 약 4㎉의 열을 내지만 지방은 같은 무게에서 두 배가 넘는 9㎉가 나온다. 사람이나 동물들이 살이 찐다는 것은 바로 기름덩어리가 저장되는 것이고 적은 부피에 많은 연료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방은 저장물질로 쓰일 뿐 아니라 열이 쉽게 전달되지 못하는 부도체(절연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즉 피부 아래에 그것이 두껍게 한 켜 쌓이니 결국 기름옷을 한 벌 걸친 셈이 아닌가. 여자들은 피하지방이 남자보다 더 발달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그 얇은 팬티스타킹 하나로 다리의 추위를 막는다! 한편 내복을 입지 않는 남성들도 더러 있다. 그런 사람은 다리통에서 열이 술술 새나가기에 남보다 더 많이 먹지 않으면 얼어죽는다. 그래서 “내복을 입자”고 캠페인을 벌이는 게 아닌가. 길바닥에서 벌벌 떨고 있는 저 많은 사람들 보기 민망하지 않은가. 더운 방에 소매 없는 내복 바람으로 지낸다고 뻐기는 사람들 말이다. 뭐니뭐니 해도 겨울엔 좀 춥게 여름엔 덥게 지내는 것이 건강에 좋을 터.
몸에 난 털도 보온에 효과적
기름기 외에도 머리에 나 있는 털 덕분에 열이 날아가는 것을 막는다. 옛날에는 전신에 털이 부숭부숭 나서 추위를 견뎠다. 얼굴의 수염도 깎지 않고 두면 얼마나 열 보관에 좋은가. 추운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에게 수염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알고 보면 몸에 생겨난 것들 치고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한편 기온이 뚝 떨어지면 몸을 웅크려 열이 날아가는 표면적을 줄이려 들고 몸을 부들부들 떨어서 근육이나 간에 저장해둔 글리코겐(glycogen)을 분해하여 포도당으로 바뀌게 한다. 너무 추우면 턱도 떨어서 이 부딪치는 소리가 딱딱 난다. 러시아 사람들은 얼음 추위에 버터를 얼굴이나 손등에 발라 살이 트는 것을 막고 보드카를 마신다고 한다(알코올은 재빨리 열을 발산하기에).
아무튼 심히 추울 때 내뱉는 “간이 떨린다”란 말은 맞는 말이다. 간을 떨어서 글리코겐을 당으로 분해하는 것이니…. 추위도 심하면 병이 된다. 그러니 다른 철보다는 먹는 양을 늘리고 특히 기름기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지방이 3대영양소 중 하나인 것을 잊은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