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만들기 연습 / 김철진
꽃-피다 / 새-날다 / 눈-보다 / 귀-듣다
어떤 분은 제2강의 '문장 만들기 연습'이란 제목을 보면서 자존심 상해 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글의 기본은 언어이며, 언어로 이루어진 문장 만들기는 모든 글 쓰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인데 그걸 모를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실 분이 있다면, 내게 많이도 말고 단 열 줄의 문장만 지어 가지고 제출해 주십시오. 만약 거기서 한 군데도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 분은 대단한 문장의 실력가이십니다.
우리는 영어의 문장 5형식은 잘 알아도 우리 글의 문장 구조는 잘 모릅니다.
영어로 'I am boy.'나 'I am girl.'이라고 했다면 'a'를 빠뜨렸다며 무식하다는 소리를 하거나 들으면서도 '역전앞'이니 '초가집'이니 하는 소리를 하면서는 부끄러운 줄을 모릅니다.
얘기 하나 해 볼까요?
옛날 어느 출판사 현관 입구에 들어서면 마주 보이는 벽 한 면 전체를 거의 덮은 커다란 사진과 함께 거기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ㅡ 지혜의 샘은 책 속에 흐른다.
어디가 이상합니까? 아니면 잘못된 표현이 없습니까? 얼른 보면 이 문장에는 잘못된 부분이 없는 것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다시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샘'과 '흐른다'는 맞지 않습니다. '샘'이 어떻게 흐릅니까? '흐르는 것'은 '샘이 아니라 '샘물'입니다. 따라서 이 문장이 제대로 되려면 '지혜의 샘물은 책 속에 흐른다.'라고 하거나, 아니면 '지혜의 샘물은 책에서 솟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확한 표현입니다.
우리말이 우리 글이 쉬운 것 같아도 이렇게 어렵습니다.
예로 농담 같은 얘기 하나 더 해 볼까요?
한 바람둥이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와 번갈아 가며 바람을 피웠는데, 그는 만나는 여자들 모두에게 항상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그만 한 자리에서 그 여자들이 모두 만나 버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자들은 흥분하여 남자에게 달려들며 이구 동성으로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썼습니다.
'어떻게 나를 사랑한다고 해 놓고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느냐!,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을?'
그런데 남자는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그래, 나는 분명히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어느 누구에게도 '너만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 않느냐?"라고.
이 남자의 말에는 한 치의 오류도 없습니다. 이 남자가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처럼 어느 누구에게도 '너만을 사랑한다.'고 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언어의 유희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단독 보조사인 '만'자 한 자가 있고 없고에 따라 그 내용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이래서 문장 만들기 연습이 필요합니다.
1. 꽃-피다
'꽃'은 명사이고 '피다'는 동사라는 것은 다 알고 계실 테니, 여기서는 군더더기 말은 다 빼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꽃'과 '피다'라는 단어를 기본으로 하여 문장을 만들어 나가는 연습을 해 봅시다.
조사 '이'를 넣어서 '주어+서술어'의 '꽃이 피다.'를 기본 문장으로 하여 한 번에 한 낱말씩 더 넣어 나가되, 먼저 넣은 낱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한 낱말씩을 추가해서 문장을 늘려 나가야 합니다.
◆ 기본 어휘 : 꽃-피다.
1) 꽃이 피다.
2) 꽃이 피었다.
3) 장미 꽃이 피었다.
4) 장미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5) 장미 꽃이 매우 아름답게 피었다.
6) 검은 장미 꽃이 매우 아름답게 피었다.
7) 검은 장미 꽃이 울타리에 매우 아름답게 피었다.
8) 검은 장미 꽃이 싸리나무 울타리에 매우 아름답게 피었다.
9) 핏빛처럼 검은 장미 꽃이 싸리나무 울타리에 매우 아름답게 피었다.
10) 핏빛처럼 검은 장미 꽃이 썩은 싸리나무 울타리에 매우 아름답게 피었다.
11) 핏빛처럼 검붉은 장미 꽃이 썩은 싸리나무 울타리에 매우 아름답게 피었다.
12) 핏빛처럼 검붉은 장미 꽃이 썩은 싸리나무 울타리에 매우 아름답게 피어 웃었다.
13) 핏빛처럼 검붉은 덩굴장미 꽃이 썩은 싸리나무 울타리에 매우 아름답게 피어 웃었다.
14) 핏빛처럼 검붉은 덩굴장미 꽃들이 썩은 싸리나무 울타리에 매우 아름답게 피어 웃었다.
15) ......
이런 식으로 낱말들을 늘려 나갈 때 여러분들은 과연 몇 개의 낱말을 한 문장 안에 담아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한 문장 안에 담을 수 있는 낱말의 수는 바로 여러분들 각자의 어휘 능력이나 문장 실력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날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얼마나 많은 낱말을 한 문장 안에 담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이러한 문장 만들기 연습을 누가 얼마나 끊기 있게 열심히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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