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 기초 이론(초급용)
최영호(시인)
1. 시란 무엇인가?
자연과 인생 등의 모든 사물에 대하여 일어나는 정서. 감흥. 상상. 사상. 등을 운율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장르이다.(사상이나 감정을 운율적 언어로 표현한 언어의 예술)
2. 시의 기원
시는 원시시대 때부터 있어 왔으며 음악과 결부되어 있다.
■. 물론 원시시대엔 문자가 없었지만, 어떤 감정을 느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여 밖으로 표출했던 것, 그것이 바로 시이다.
■. 음악 역시 시의 일종임을 상기하자.
■. 원시시대의 시인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노동이나 사냥을 할 수 없었던 사람, 즉 신체 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허약자, 또는 불구자인 사람, 타 종족과의 전투에 나섰 다가, 아니면 사냥을 나섰다가 부상을 당한 뒤 주거지에 남아 있으면서 하루 종일을 상상이나 놀이만으로 소일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체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하여 스토리를 구상해 내고 가락을 가미했을 것이다.
■. 일류 최초의 시인인 '호머'라는 사람은 장님이었다. 시력장애자들은 눈으로 볼 수는 없는 대신, 마음 속의 시력 즉, 상상 력이 발달해 있다. 촉각과 청각 또한 정상인들보다 월등히 발달해 있는 것이다.
* 영국의 시인 루이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신체에 결함이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 절름발이, 귀머거리, 또는 병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남달리 예민하며 남들보 다 상상력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시인이나 소설가 혹은 예술가가 되는 데 적합한 기질이 생기는 것이다.
■. 물론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꼭 시인이 된다는 것은 아니 다. 위의 말은 곧, 시인은 남다르게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상상력이 있 어야 한다는, 시인의 자질에 관한 특수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상상력]이야말로 시를 쓰는 사람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겠다.
3. 시의 종자
역사엔 가정이라는 것이 없고 오로지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만 다루어지지만 시에서는 경우를 달리 한다. 실제로 있을 수도 있으리라는 가정을 할 수가 있는 것이고 그 가정들을 글 로써 표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훈련소를 향하여 줄 맞추어 뛰어 들어가는 남자의 등 뒤에서 서글픈 모습으 로 흔들어 주고 있던 여인의 [하얀손]. 흐르는 누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품안에서 꺼내어 눈물을 닦던 [손수건].
이러한 [하얀손]이나 [손수건]의 이미지가 뇌리 속에서 언제나 지워지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절실해져 갈 때, 그것이 곧 [시상]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시상으로 자리를 잡는 그것, 그것이 바로 [시의 종자]이다.
무엇이든 종자(씨앗)가 좋아야 싹이 튼튼할 수 있으며 풍성한 결실을 기대할 수가 있을 것이다.
4. 시 쓰기에 있어서 초심자의 오류
처음 시를 쓰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적 표현에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 미사려구만을 극구 나열하는 행위. ---이는 화려한 수사(꾸밈말)가 곧 시라는 사고를 지닌 사람이다.
■. 어딘가 철학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며 아는 체 하는 경우. ---이런 경우는 남들이 잘 모르는 표현을 써야만 좋은 시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일 것이다.
■. 해서 시란 사실인식이 중요하다. ---관찰을 통해 감각한 사실적 풍경과 심상을 진솔하게 작품으로 구성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하겠다.
■. 관습적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야말로 진정한 시 쓰기에 한 걸음 다가서는 첩경이다.(사실에 근거하는 것.)
■. 무작정 열정만을 가지고 시를 쓰려고 하다가는 머지 않아 지쳐 버리 게 되고, 관습적인 인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언젠가 본 일이 있는, 또는 기억에 남아 있는 시들과 비슷하게 흉내를 내는 일이 자신도 모르게 행해지기 때문이다.(상투적인 표현만을 일삼게 된다.)
5. 시의 발상 차원 8단계
---시의 대상으로 삼은 사물(예: 찔레꽃등)이나 사상(예:독립정신, 애정등) 따위를 보고, 느끼,. 생각한 것을 바탕으로 한 편의 시가 완성될 때까 지의 과정을 차례대로 단계화 하는 창조적 경로다.
시를 정의할 때 흔히들, '논리를 초월하거나 논리가 끝나는 곳에서 출발한다'라고들 말한다. 시는 논리로 규정할 수도 정의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엄연히 시법에 근거하여 씌어지고 있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기교의 존재)
***찔레꽃을 보았다고 가정한다.
1단계는 꽃을 있는 그대로 꽃 자체로 보는 것이다. ---아 꽃이 피었구나!
2단계, 꽃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오호라, 이게 바로 찔레꽃이지.
3단계, 때마침 바람이라도 불어준다면 찔레꽃 바람에 어떻게 흔들리고 있 는지를 살피는 것.
4단계, 꽃들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 모습을 좀더 세밀히 관찰하는 단계. ---가냘픈 바람 앞에서도 힘없이 흔들리고 있구나, 아니면 세찬 바람 앞인 데도 의연하게 꿋꿋하구나.
5단계, 꽃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보는 것.
6단계, 꽃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겨나게 되는 꽃의 사상 같은 것을 끄집어내야만 한다. 이 부분이 바로 본격적인 단계의 시작이다.
7단계, 꽃을 흔들고 있는 바람 등 외적인 존재를 관찰한다. 이때는 바람 그 자체만을 살피면 된다. ---바람은 시련일 수도 고통일 수도 있을 것이다.
8단계, 꽃을 매체로 하여 꽃의 저편에 있는 다른 세상을 보는 것이다. ---가녀린 미적 요소, 또는 시련 앞의 꿋꿋한 기상, 아련한 옛 사랑이나 추 억 등, 무궁무진한 소재가 돌출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위의 요소들이 적절하게 유기적으로 배열 구성되어서 비로소 한 편의 시가 탄생하게 된다.
그리움 흐드러져 지천으로 넋을 앓는 목마름의 꽃 수(繡)
청보리 여물어 가는 밭둑 길 무더기무더기 하얗게 피어올라 머뭇거리는 안타까움으로
바람이 일 때마다 일렁이는 향기 묻혀, 내 유년의 삽화 위에 찍어 바르고 있다
최영호 ‘찔레꽃’ 전문
6. 시행의 종지와 연속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하나의 시행과 다음에 나오는 시행과의 관계를 놓고 볼 때 다음 시행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끝나는 시행(종지시행)과 그 다음의 시행으로 넘어가서 연속되어지는 시행(연속시행)이 있다.
■. 연속시행
문법적으로 마침표 또는 물음표, 느낌표 등이 있어서 아~ 이 시행이 여기서 끝을 맺었구나! 라고 알 수가 있고 그런 것이 없이도 시행이 끝난 것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풀려나는 연실 따라 낮 달에 다가선 지상과 창공 이어주는 발자국들, 아찔한 추락 때마다 한 치씩 자라나 반백의 머리카락 위에서 나부낀다
'연날리기'(최영호) 중(中)에서....
이러한 연속시행은, 한 가지만의 생각, 또는 사상의 한 단위를 뭉뚱그린 것으로 유연하고 전개적인 특성이 있다.
■. 종지시행
바람이 부푼다. 새들이 요란하다.
엎드린 채 일어서는 엉거주춤한 산
떠나간 사람이 그립다. 무덤 속 아버지가 그립다.
'봄'(감찬식) 중에서
위의 시에서 1연과 3연 모두는 종지시행이다. 연속시행에 비해 의미가 압축되어 그 느낌이 단호하고 단정적이며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효과가 있다.
7. 비유법
표현하려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겨서 나타내는 것(예: 직유. 은유. 풍유. 대유 등)
8. 표기법
불필요한 문장부호를 쓰지 않고 표기법을 준수해야만 한다. 국어 사전에 나와 있지 않은 단어를 구태여 만들어서 사용할 필요는 없다. 현대 시에서는 쉼표 외의 문장 부호들이 점차 사멸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9. 시어 고르기
시란 언어의 예술이므로 아름답고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시어를 고르는 일이 중요하다.
예)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뻐꾸기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위에서 소쩍새가 아닌 뻐꾸기로 시어를 대체했을 때, 엄청난 차이점이 있음을 볼 수 있다.
10. 산문과 운문의 차이
산문: 수필. 기행문. 일기. 소설. 편지 등의 글 운문: 시. 시조. 동시 등의 글
*산문: 나는 오늘 혼자서 숲 속 길을 걸어갔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고즈넉해서 너무 좋았다.
*운문(시적표현): 길을 걸었네. 혼자 걸었네. 아무도 없어 너무 좋았네.
-박석구의 시작법 중.
11. 이미지와 상징
*이미지: 영상, 심상
고래가 이제 횡단한 뒤 해협이 천막처럼 퍼덕이오.
(정지용님의 '바다' 1연)
위의 시에서
'고래' '해협' '천막' 등의 시어가 바로 이미지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결합되어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바다의 또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상징: 추상적인 사물을 구체적인 것에 의하여 나타내는 것(심볼)
1)그 여인은 장미꽃이다(은유법)-원관념은 '여인‘, 보조관념 ’장미‘ 2) 장미꽃이 활짝 불탄다(상징)-원관념은 생략. 보조관념만 드러나 있다. 단순히 장미꽃이 탄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인의 마음이 불타서 정열적인 상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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