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축제의 꽃/마종기

능선 정동윤 2011. 9. 22. 09:43

축제의 꽃/마종기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바람이나 손길을 핑게 삼아

은근히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꽃까지

따뜻하다

임신한 몸이든 아니든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

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깊이 잠들어 버린 꽃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잠든 꽃과 눈과 귀는

이루지 못한 꿈에 싸이고

이별이여, 축제의 표적이여,

애절한 꽃가루가 만발하게

우리를 온통 적셔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