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우중 결혼을 잘 마쳤습니다.

능선 정동윤 2011. 6. 27. 05:01

올해의 625는 특별한 의미가 되었습니다.

장마 중에 잠깐 비가 멈춘 틈을 타서 결혼식을 올렸고, 식을 마치자 다시 비가 내렸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교통이 불편한 세검정 교회까지 찾아오셔서 축하를 해준 친구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병상에 누워있는 병천이는 부인이 대신 보내서 축하를 해 주었고

잔치에 술이 없는 아쉬움을 술 한 병 들고 찾아 온 필준이도 고맙고,

일부러 찾아오진 못해도 여러 방법으로 마음을 전해준 축하를 모두 잘 받았습니다.

차린 음식이 세 곳으로 분산되어 좀 어수선한 불편을 드린 것도 마음에 걸렸지만

기꺼이 감수해준 친구들께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마친 딸 ,부부는 어제 오후 3시 비행기로 떠났습니다.

끝까지 웃음과 미소를 잃지 않았던 아내는 집에 돌아와서 한동안 오열 하였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우리는 만날 때 떠날 것을 염려하고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이렇게 절절하게 가슴을 적시며 생각날 줄 몰랐습니다.

결혼식에서 읽었던 글을 몇몇 친구의 요청에 따라 함께 올려 두겠습니다.

아무리 고쳐도 부족하여 다시 고치려고 했지만 다 고치진 못하였습니다

딸을 둔 친구들이 필요하다면 다시 고쳐서 자신의 마음을 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오동나무 배
-딸에게-


우리의 할아버지 때는
딸을 낳으면 뒤뜰에 오동나무 몇 그루 심었단다.
혼수로 가져갈 가구 한 짝 만들기 위해.

 

네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서울의 변두리 좁은 연립주택에서
벅찬 가슴 한쪽에 오동나무를 심었단다.
언젠가 너를 태우고 떠날 배 한 척 만들려고.

 

초등학교 시절
너는 연약한 나무라고 깔보는 남학생들에게
곧고 단단한 오동나무처럼 굳세게 맞서며
귀여운 주먹마저 주저하지 않았었다.

 

이제 이 오동나무를 베야 할 때
결이 곱고 뒤틀리지 않은 우리 마음의 나무
올곧은 줄기와 생채기 난 옹이도 대패질하여
풍랑 이겨 낼 오동나무 배 한 척 만든다.

 

최첨단 오동나무 배에 하얀 면사포 돛을 달고
조팝나무 꽃잎의 물거품 날리며
넓은 바다로 나아가라
두 손 크게 흔들며 떠나거라
내 아이야,
신앙 깊은 유월의 신부야.

 

혹, 어두운 밤에 파도가 두렵고 막막해지면
자신의 꿈이 공기 빠진 풍선처럼 오그라들면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찾아라.
북두칠성의 열쇠 손잡이 부분을 검색하여
'아빠'라는 암호를 입력하여라.
하늘시 중구 은하동 별-625번지, 네모난 공간
아빠의 이름으로 등기해 둔 우주의 거점이다.
너에게 주마
너희의 꿈을 담아 보아라. 오동나무도 심었으면 좋겠다.

 

우리 가슴으로 만든 오동나무 배를 타고
북두칠성을 등대 삼아
거친 세상의 향기로운 배가 되어다오. 신랑아 신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