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하늘 보석글/고형렬

능선 정동윤 2011. 9. 28. 10:51

하늘 보석글/고형렬

 

 

많은 말을 하고 돌아온 날은 문을 걸어 잠근다

어둠 속에서 너덜너덜 해진 혀를 꿰맨다

애타는 성기를 핥듯 지옥의 창고 속에 웅크려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나를 나는 어둠의 단에 올리고 처형한다

말의 씨앗들, 저 우주쇼 같은 말은 기억하지 못하리

마음에 쏟아진 무형문자가 문장이 되지 않는 날들을

하늘엔 보이지도 않는 말의 보석글

어둠이 파괴된 빌딩에서

너무 많은 말을 남기고 돌아온 날 밤 나는

혀가 없다, 혀가 없다

혓바닥 같은 두 손으로 외치는 얼음의 외마디 울음

나는 마스크를 쓰고 누워 먼 성좌를 째려본다

어둠 속에서 영혼이 훌쩍이는 밤을 걸어 잠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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