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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엔 자연친화적인 생태걷기길이 넘쳐난다. 100리 자전거길도 추진 중이다. 의외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울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다. 적어도 20여 년 전까진 공업뿐이었다. 울산시를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물고기 한 마리 살지 않고 썩은 냄새가 나는 죽은 강이었다. 대한민국 오염하천의 대표로 꼽히던 강이 태화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마디로 천지가 개벽했다고 할 정도로 변했다. 태화강엔 숭어와 연어가 올라올 만큼 깨끗해졌고, 강변엔 생태공원을 만들어 친수공원으로 조성했다. 특히 이 공원 안에 있는 십리대밭길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산책로로 환골탈태했다.
- ▲ 울산어울길 7코스이자 남구에서 조성한 솔마루길의 호젓한 숲속길을 대한백리산악회 회원 두 명이 걷고 있다.
- 울산시는 오염되고 썩어가는 자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2004년 6월 9일 ‘에코폴리스’를 선언했다. ‘1.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환경과 자연생태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지속발전이 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한다. 2.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해 잘 가꾸어진 자연자원을 후손에게 물려준다. (후략)’ 는 등의 내용이다.
그후 ‘울산의 젖줄’ 태화강은 다시 살아났고, 각 구청마다 자연생태를 살려 걷기길과 자전거길도 적극 조성 중이다. 자전거길은 태화강에서 등억온천단지까지 100리길을 추진하고 있다. 남구는 ‘솔마루길’, 북구에서는 ‘천마산생태문화탐방로’, 중구에서는 ‘걷고 싶은 중구둘레길’ 등 각 구에서 앞다퉈 걷기길도 개통했다. 본선에 지선까지 걷기길이 넘쳐날 정도다. 진정 에코폴리스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는 이 길들을 연결해 울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했다. 이름도 ‘울산어울길’이라고 정했다. 각 구마다 어울려서 길을 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어울길을 울산시청 환경정책과 허상용씨와 권창욱씨의 안내로 함께 걸었다. 1코스는 방어진체육공원에서 출발해 염포산을 거쳐 염포개항공원까지 6㎞, 2코스는 염포삼거리에서 염포팔각정을 거쳐 정자고개까지 10㎞, 3코스는 정자(무룡)고개~무룡산~동대산을 거쳐 단풍길로 불리는 기령(신흥재)까지 14.5㎞, 4코스는 기령에서 순금산을 거쳐 만석골저수지까지 11.5㎞, 5코스는 만석골저수지에서 범서옛길을 거쳐 입화산까지 11㎞, 6코스는 입화산에서 삼호교를 거쳐 남산솔마루길 입구까지 8㎞, 7코스는 선암호수공원에서 신선산솔마루길을 거쳐 남산솔마루길 입구까지 14㎞에 이르는 등 모두 7개 코스에 총 75㎞로 달하는 길이다. 개통식은 10월 27일 오전 10시 30분 중구 다운동 척과천주차장에서 간다.
- ▲ 울산의 남산 전망대에서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을 바라다보고 있다. 태화강 옆에는 십리대밭이 있고, 그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 선암호수공원 수변생태길도 조성
이 중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걷기에도 좋은 7코스를 소개한다. 천마산 편백삼림욕장이 있는 4코스는 박스로 안내한다.
7코스 출발지를 선암호수공원으로 택했다. 선암호수공원 입구는 울산어울길의 7코스일 뿐만 아니라 남구 솔마루길의 출발지이다. 선암저수지 주변에 나무데크를 놓아 저수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했다. 수변 물 위를 걷는 기분도 삼삼하다. 울산시민들이 많이 찾는 도심 속의 생태공원이다. 입구엔 걷기의 운동효과에 대해서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남구의 솔마루길은 선암호수공원에서 태화강 둔치까지 연결되는 총 24㎞의 도심순환산책로라는 안내문구가 신선산 종합안내도에 적혀 있다. 솔마루길은 크게 신선산 선암주변공원과 울산대공원, 문수체육공원, 삼호산과 남산을 연결시켜 태화강변까지 이르는 권역으로 나뉜다. 그중에서 신선산 선암주변공원지역을 걷는 것이다. 체력단련장~구름다리~연인의길~만남의장(신선산 정상)~유화원~명상의장~대공원가는 길로 연결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신선산 입구로 들어서자 대나무와 한 세월 묵은 듯한 소나무가 방문객을 맞는다. 운치 있다. 덩굴나무가 소나무를 휘감고 자라고 있다. 야트막한 산에 이런 정취어린 분위기가 살아 있다니, 놀랍다. 정말 울산이 공업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바뀐 느낌이다. 나무줄기의 굵기로 봐서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솔머리길의 이정표는 울산의 대표적인 로고답게 고래로 가는 방향을 표시해 놓고 있다.
- ▲ (위부터)울산어울길은 각 구청에서 조성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가 없을 정도로 이정표가 많다. 남구에서는 고래를 조형화해서 이정표를 만들었다 / 솔마루길의 중간지점에 도로를 가로지르는 솔마루하늘길이라는 구름다리가 나온다.
- 솔머리길의 지선등산로 ‘사갓비알길’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옛날 해일이 일었을 때 이 봉우리에 사갓 하나 엎을 정도만 남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갓은 삿갓의 오기인 것 같다.
도심의 야트막한 산 치고는 숲이 너무 좋다. 울산이 지대가 좀 낮기는 하지만 불과 100m도 안 되는 높이에서 하늘을 보기 힘든 숲의 연속이다. 최근 20년 가까이 에코도시로의 이미지 전환을 노린 눈물어린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신선산 보현사 앞을 지나친다. GPS로 고도를 확인하니 불과 84m다. 그런데 산중에 와 있는 느낌이다. 울산 주변엔 높은 산이 없다. 서쪽의 영남알프스를 제외하곤 전부 200~300m의 고만고만한 높이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야생화와 약초의 은은한 향기 풍겨
남구청에서 ‘에코가든’을 조성해 놓았다. 연산홍, 고사리, 노루오줌, 꽃무릇, 상사화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오면 향기에 흠뻑 빠질 것 같다.
아까부터 은은한 향기가 어디서인가 계속 난다. 그냥 지나가는 향기인 줄 알았는데 계속 이어진다. 향기가 조금 더 진하게 나는 곳을 찾아 한자리에 머물며 맡아보니 더덕향기와 비슷하다. 한두 군데가 아니고 여러 군데서 난다. 더덕인지 확인은 못 했지만 야생화에, 숲에, 약초에 정말 울산의 숲이 천지개벽했다.
- ▲ 천마산 등산로엔 등산객들이 걸으면서 푹신함을 느낄 정도의 조금 큰 톱밥을 길에 깔아놓고 있다.
- 마침 솔마루길 지선등산로라고 소똥비알길과 갈티길이 연속으로 나온다. 소똥비알길은 옛날 지명으로 소를 매어두던 비탈진 길을 말하고, 갈티길은 칡이 많이 나는 길이라고 한다.
피크닉가든에서는 수십 명의 여성들이 제각각 다양한 기구로 운동하고 있고, 일부는 한 여성의 지휘 아래 체조동작을 따라 하고 있다. 도심의 길이라 그런지 쉼터엔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 있다. 다리를 직각으로 들고 앉아서 쉬는 사람, 누워서 책 읽고 있는 사람, 운동기구 들고 몸을 푸는 사람 등 다른 길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 많다.
마침 사방이 확 트인 전망대에 도착했다.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 정말 높지 않은 산들이 도토리 키 재듯 울산을 둘러싸고 있다. 그 중에 울산의 진산인 문수산이 그나마 조금 높아 보인다. 솔마루길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숲이 짙은 100m 내외의 산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는 길이다.
울산대공원 주변을 지나쳤다. 동행한 울산시청 허상용씨는 “이 대공원은 SK에서 조성해서 울산시에 기부했다”고 전했다. 아하! 그래서 주민들이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꿔놓았구나 싶었다.
숲 속에서 갑자기 때까치가 푸드덕 날아갔다. 까치와는 다른 종류로 땅에 구멍을 파서 집을 짓고 사는 새다. 사람들이 이 새를 잡기 위해서 땅 구멍을 막고 나올 때를 기다려 생포한다고 한다.
울산대공원 남문과 정문을 연결하는 중간지점의 다리를 지난다. 정말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원래 산 중의 길을 가다 급한 볼일이 있으면 으슥한 곳에 가서 보곤 하지만 여기선 원체 많은 사람들이 다녀 금방 눈에 띌 것 같다. 대신 화장실이 군데군데 마련돼 있어 그럴 일도 없겠다.
- ▲ (위부터)대한백리산악회 회원 두 명이 솔마루길을 내려서고 있다. / 솔마루길 벤치에 누워서 책 읽고 있는 여성 등 다양한 모습으로 쉬고 있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 천마산 정상엔 평일에도 여러 등산객들을 볼 수 있다.
- 울산대공원 종합안내도가 보인다. 신선산 안내도에 이어 계속 연결시키면 된다. 대공원 입구~66삼거리~음지사거리~대공원전망대~가족피크닉장~충혼탑 입구~풍요삼거리~정남문연결길~불당골사거리~용미동~옥현전망대~체육공원 가는 길로 간다. 이 지구를 지나면 삼호산·남산 지구로 든다.
남산 정상서 태화강 십리대밭길 내려다보여
호젓한 숲속길을 정감어린 흙길로 걸으며, 앙증스런 고래 모양의 이정표가 방향과 위치표시를 해주고 있다. 천천히 걸으며 충분히 즐길 만한 길이다. 이번엔 솔마루길 지선등산로로 진달래길이 나온다. 매년 3~4월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길은 솔마루하늘길로 연결된다. 솔마루하늘길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길인 줄 알았더니, 다른 게 아니고 다리 이름이다. 구름다리 모양으로 생겨 하늘길이라 이름붙였다고 한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솔마루산성으로 이어진다. 조그만 산성 모양으로 입구를 만들어놓았다. 원래 산성이 있었던 건 아니고 눈길을 끌기 위해서 조성한 듯하다.
숲길은 신정중학교 앞으로 나와서 보건환경연구원을 지나 삼호산·남산으로 향한다. 솔머리길의 끝 구간이자 울산어울길 7코스의 마지막 구간이기도 하다. 종합 안내도는 보건환경연구원~차패형등산로(옥동공원묘원)~테마산책로~삼호산 솔마루정~고래전망대~숲속교실~태화강전망대~남산전망대~비내정~남산루~진입 광장까지 이어진다고 안내하고 있다.
울산의 젖줄 태화강이 얼핏얼핏 보이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오염하천에서 대한민국의 대표적 생태하천으로 변신에 성공한 강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태화강을 내려봤다. 그 유명한 십리대밭 산책로가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미로 같다. 대나무 사이로 사람이 쉬어갈 수 있는 정자도 있다. 태화강변뿐만 아니라 대나무 산책로 사이로 걷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정말 생태도시로의 아름다운 변신이다.
남산 능선 위에도 운동시설과 쉼터가 잘 구비돼 있다. 오히려 운동기구가 너무 많은 느낌이다. 남산 정상은 GPS로 146m밖에 안 된다. 태화강을 횡단하는 배는 밧줄을 잡고 건널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섬진강 오지에서 본 줄나룻배와 똑 같다. 전통의 재현이고 낭만이 있는 나룻배다.
- ▲ 대한백리산악회 회원의 안내로 솔마루길을 걷고 있다.
- 솔마루길 지선등산로가 또 나온다. 이번엔 범굴길이다. 바위가 굴처럼 되어 있어 붙은 이름이다. 범굴바위도 바로 그 옆에 있다. 우뚝 선 커다란 바위가 굴처럼 생겼다. 이어 바로 밑에는 쉼터가 있다.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 화장실, 운동기구 시설 등이 두루 갖춰져 있다. 시민들이 걷기엔 최적의 길이다. 중간중간에 식수가 있어 빈손으로 올라와도 괜찮을 성싶다. 울산어울길 7코스 총 14㎞를 하루 종일 걸은 것 같다. 오전 9시30분 선암호수공원에서 출발, 오후 4시 다 돼서 진입광장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을 빼도 약 5시간을 쉼 없이 걸었다.
울산어울길 4코스 겸 천마산생태문화탐방로 간단한 등산 겸 삼림욕장 즐길 수 있어
울산어울길 제4코스엔 천마산이 있다. 울산시 북구청은 천마산생태문화탐방로를 조성해 주민들이 쉽게 찾도록 했다. 울산시는 그 길을 울산어울길 4코스로 연결시켰다. 울산의 천마산은 널리 알려진 남양주시에 우뚝 솟은 천마산(812m)과는 비교가 안 되는 300m가량의 야트막한 산이다. 정상 비석엔 296m로 돼 있고, GPS로는 301m가 나왔다. 울산 지역 자체가 해발이 높지 않은 지역이라 비고는 거의 250m 이상 된다. 바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등산이라는 말이다.
- ▲ (위부터)천마산 등산로 산림욕장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솔방울 모형들.
- 천마산생태문화탐방로도 편백삼림길·솔숲길· 성터옛길·문화탐방로 등으로 나뉜다. 이 모든 길이 만석골저수지에서 출발한다. 이어 오감쉼터~ 다목적쉼터~ 솔숲길(원두막)~ 편백삼림길~ 천마산 전망데크~관문성~무상사로 이어지는 길을 소개한다.
만석골저수지에서 천마산으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여러 가지가 눈길을 끈다. 먼저 삼림욕장길이라는 길에 톱밥을 깔아놓았다. 맨발로 다니기에는 조금 큰 톱밥이지만 신발을 신고 다니면 쿠션을 느낄 정도다. 길 양쪽 옆으로는 솔방울을 이용해서 여러 마리의 부엉이를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조형해 놓았다. 절묘하게 자라고 있는 나뭇가지와 줄기를 그대로 이용했다. 도랑 같은 계곡 옆으로 편히 쉴 수 있도록 오감쉼터도 만들었다. 철저히 이용자 측면에서 만든 듯하다.
톱밥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편백산림욕장이 시작된다. 편백나무숲이라 하면 장성 축령산을 떠올린다. 울산 북구청 관계자는 천마산이 몇십 년 뒤에 그 정도로 바뀌길 기대한다고 한다. 편백삼림길에 편백나무의 효능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등산로는 폐타이어 자른 것을 보호 차원에서 깔아놓고 있다.
천마산 정상엔 전망대와 여러 이정표가 붙어 있다. ‘만석골저수지 1.8㎞’, ‘달천아이파크 4㎞’, ‘무상사 1.4㎞’ 등을 방향과 함께 가리키고 있다. 무상사로 가야 신라시대 성터인 관문성을 볼 수 있다. 정상 전망대에서는 울산 시내가 저만치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무상사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국가지정 사적 제48호 관문성탐방로’ 이정표가 확실한 방향을 제시한다. 관문성이라고 하는데 성터는 보이질 않는다. 맞은편 산의 중턱을 가로지르는 길 같은 게 성터의 흔적이라고 한다.
- ▲ 울산 어울길 개념도
- 관문성은 왜구가 신라의 수도인 경주로 침입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성덕왕 21년(722) 돌로 쌓았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각간 원진이 3만9,262명을 동원해서 쌓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인원이다. 관문성이라는 이름은 경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전한다. 사적 제48호로 지정될 만큼 족보가 있다.
길은 관문성(동쪽)으로 연결되지 않고 거의 남쪽에 가까운 동남쪽으로 하산하면 무상사로 간다. 만석골저수지에서 편백산림욕장길을 거쳐 천마산 정상~관문성~ 무상사까지는 10.4㎞에 이른다. 간단히 등산 겸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