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북아등 591

능선 정동윤 2013. 1. 12. 21:42

새해 들어 첫 북한산 나들이다.

오전에 눈이 내린다는 기상예보는 아침 일찍 끝이 나 버렸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는 지독한 한파에 시달렸고

산에 내린 눈은 녹지 않은 채 우리에게 아이젠 착용을 강요하였다.

그래도 한주와 근엽이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버틴다.

 

 

특별히 코스를 정하지 않고 일단 출발부터 한다.

무릎의 이상 신호를 몇 주 계속 감지한 천수가 역시 선두에 선다.

야구로 치면 1번 타자로 일단 진루타를 치고 나갈 것 처럼.

오늘은 1루인 족두리봉을 지나 2루인 향로봉에서 근엽이, 천수, 한주가

아웃 되었다.

예비군 소집 통보처럼 응암동 변당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수령하고

11시 반에 이른 점심을 오손도손 나누어 먹고 셋은 하산을 실행하였다.

 

 

일찍 하산 하면 뭐 하겠노. 여럿이 모여 당구 치겠지.

당구 치면 뭐 하겠노. 이겼다고 기분이 좋아서 소고기 사 묵겠지.

아니지, 오늘은 친구가 왔다고 닭볶음을 시켜놓고 술 한 잔 마실끼다.”

 

 

남은 두 명은 백운대까지 가기로 하였다.

위문에서 서울시로 내려올지 고양시로 내려올지 결정하기로 하고

여분의 비상 식량과 식수를 챙겼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태양을 안고 가는 산행이지만 오늘은 태양도

구름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따금 나타나도 1원짜리 백동전처럼 창백하였다.

 

 

비봉 능선에 올라서면 풍경이 확 달라지는 환상을 기대하며 힘들게 능선에

올라 섰지만 소나무는 눈꽃을 피우지 않았고 조망은 흐리기만 하였다. 급 실망.

아쉽지만 등산화에 밟히고도 사각거리며 말을 걸어오는 적설의 속삭임에

회색빛 기분은 뻑 가버린다.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 승가봉 지나 청수동암문까지 1시간이 걸렸다.

전속 사진 PD가 없으니 명소마다 대충 인증사진만 오려 가지고 왔다.  

 

 

구기계곡과 산성계곡으로 통하는 대남문, 사자능선과 형제봉능선으로 가는

대성문, 정릉길과 칼바위능선으로 갈 수 있는 보국문, 진달래 능선과 닿아있는

대동문에서 간식을 하고, 동장대를 지나 대피서에서 소피를 보려다가 화장실 폐쇄로

그냥 참고 걸었다. 내려가면 도선사 뒷길이 나오는 용암문을 지나니

노적봉이 왼쪽에 우뚝 솟아 보이고 오른쪽엔 만경대가 절벽처럼 앞에 나타났다.

노적봉에서 위문까지 구간은 얼음과 좁은 암벽의 험로였다.

 

 

우이동 길은 왠지 붐빌거라는 선입감으로 오늘은 눈길산행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서울턱별시을 포기하고 고양시를 택하였다. 약수암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멀고도 지루하지만

걷기로 작정했으니 먼 길이 문제이랴. 쌓인 눈이 문제이랴.

눈이 풍부하고 계곡길은 아기자기 하지만 오르기가 힘이 드니 인적이 많지 않았다.

지팡이를 길게 뺀 하산 길에서 여유와 웃음으로 일주일치 엔돌핀을 잔뜩 담아왔다.

 

 

산성매표소 지나 요기를 할까 했으니 순질이는 배가 전혀 고프지 않다고 해서

뒤풀이는 생략하고 구파발행 버스에 올랐다.술은 서로 삼가하니….

구파발에서 3호선을 타고 연신내에서 순질이는 종로 3가로 가고

나는 6호선으로 갈아 타서 응암역에 내렸다.

 

 

북아등 591번 째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

 

 


 

 

 

 


 

 

 

 

 

 

 

 

 

 

 

 

 

 


 

 

청수동암문

 

대남문

 

대성문

 

 

 

보현봉을 배경으로.

 

 

 

보국문.

 

대동문.

 

 

 

 

동장대.

 

용암문.

 

 

 

 

 

 

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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