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가야지 하면서 미루었던 산행이다.
파주,적성의 감악산 .
한글날이 뜻밖의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밀린 숙제를 하듯 다녀왔다.
서울역에서 706번을 타고 광화문 앞의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번 버스로 갈아 타고 적성까지 갔다.
약 2시간 후에 통일로를 지나 적성터미널에 닿았고 그곳에서
25번 버스를 바꿔 타고 법륜사 입구로 갔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30번 운전기사의 조언을 듣고 법륜사보다
2정거장 앞인 영국군전적비 앞에서 내렸는데 산의 들머리가
보이지 않아 한참동안 더듬거리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다행이 다른 등산객이 보이기에 얼른 뒤따라가며 귀동냥을 하였다.
그저 평범한 산에 많은 이야기를 덮어놓아서 호기심 많은 사람을
불러내는 지방자치단체의 관광객 홍보가 이젠 영 미덥지가 않다.
평소 기대하지 않음을 습관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낯선 곳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은 쉽사리 희석되지 않는다.
감악산,
어느 시골이나 가면 있는 뒷산보다 좀 높은 산,
산 위에 올라가면 늘 펼쳐지는 들판과 저수지가 있는 풍경,
능선엔 얼마간의 바위도 있고, 산기슭엔 참나무과의 수목이 많은 점,
인근에서 좀 높다고 하면 으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찰,
일반적인 일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자기 과시를 나무랄 수도 없는
넓게 퍼진 정서처럼 생각되어서 대충 넘기고 만다.
다만 가을날 다소 불편한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 경기도 북쪽에서
바람을 쐬고, 파주역의 코스모스밭과 소설 같은 임꺽정봉이나 까치봉,
장군봉이라는 비불교적 봉우리 이름을 확인한 산행이었다.
4시간을 산행하였으며 일부러 천천히 그리고 많이 쉬면서
가을 속에 오랫동안 앉았다 왔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