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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산제를 마치고...'

능선 정동윤 2014. 3. 17. 08:41

 

날이 풀리고 진달래 가지가 달아오르면
북한산은 시산제 행렬로 붐빈다.
설악산 지리산 태백산 마니산을 두고도
북한산을 찾는 이유는
“맘먹으면 달려가 만날 수 있는
바윗길이 살가운 북한산” 때문이겠지

 

먼 후일
줄 지어 찾아와서 잣나무 숲을 채웠던 친구들이
하나 둘 보이지 않을 때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이야기처럼
강한 친구 단 두 명이 남아 있더라도
시산제의 맥은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둘은
많은 날 덕산회와 함께한 친구이면 더 좋겠고
과일 몇 개와 막걸리 한 병의 제단에
지난 세월에 쌓인 풍성한 추억을 진설하고
봄을 기다리는 여유를 지녔으면 좋겠다.

 

첫 번째 절을 하는 초헌의 영광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최고의 명예였고
그 명예를 가졌던 면면들을 추억하며
특별한 재주를 가진 친구들의 재능이 빛을 발하고
도우미를 자처하며 기꺼이 봉사해 준 친구들의
미소도 하나하나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11번 째 시산제에는
산행에는 참가한 적이 없지만
범띠 신부를 대동하고 온 늙은 신랑의 웃음을
반갑게 맞이 한 일도 있었다고 떠올려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공유한 이력서의 단 한 줄
그 그리움에 몸이 달아
한걸음에 달려온 친구야,
네 얼굴에도
"긴 세월 꽃이 피고 여름"맺었구나,"

 

집행부는 시산제만 잘 마치면
올해 농사 절반은 이룬 기분이리라.

 

덕분에 즐거운 축제를 만끽하였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