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최고의 날
짧은 청계산 산행
왁짜한 뒤풀이
할 말은 쌓였는데
점점 줄어드는 봄햇살에
안타까운 술잔만 자꾸 기울어진다.
청계산 계곡 물이 말라도
결코 삭제되는 않는
끈질긴 전화번호의 주인들,
개인적인 큰일이 생기면
주변을 에워싸고 힘을 보태는
노을을 함께 바라보는 또래들,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어도
그 모습 아물아물 하여도
만나면 금방 합쳐지는 물방울들,
단 몇 시간의 산행이 담고 있는
우리들의 숱한 세월의 무게
그 딱딱한 세월의 껍질 벗겨 보면
젊은 날의 열정과
중년의 시련과 성장의 잔잔히 비치고
새롭게 돌아가는 시곗바늘이
경륜의 새 나이테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공유한 이력서의 단 한 줄
그 그리움에 몸이 달아
한걸음에 달려 온 친구야
네 얼굴에도 어느새
긴 세월 꽃이 피고 여름 맺었구나
반갑다, 친구야
작았던 물방울아"
그 시가 생각나는
어제보다 내일보다
오늘이 최고의 날이었다.
....................
산행을 끝내고
목동 구장에서 후배들이 이기는
9대2 황금사자기 야구를 즐긴 뒤
영등포구청역 인근 지하에 서식하는
작대기 들고 설치는 좀비들 틈에서
저녁을 파먹고 왔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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