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 중에
그림으로는 수채화를 즐겨 그리는
이규웅이 있다면
글씨로는 해서체에 일가견이 있는
문제혁이 있다.
제혁이는 한국서가협회에서 인정하는
초대작가에 선정 되었다.
초대작가란 대한민국 서예전람회 등에서 입선(1점),
특선(3점),우수상(5점),대상(7점)을 취득하여 총 12점이 넘어야
초대작가에 선정 된다고 한다.
서예(중국은 서법,일본은 서도)에 깊이를 더하여 많은 작품을 기대해 본다.
김부식(金富軾)
窮秋影密庭前樹 靜夜聲高石上泉 [궁추영밀정전수 정야성고석상천]
睡起凄然如有雨 憶曾蘆葦宿漁船 [수기처연여유우 억증노위숙어선]
깊은 가을에 뜰 앞 나무는 그림자 빽빽한데 / 고요한 밤 돌 위의 샘물, 소리가 높아라
자다가 일어나니 서늘하기 비 오는 듯하이 / 일찍이 갈대 숲 속 고깃배에 자던 일이 생각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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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을 오래 바라보고
본 곳을 깊이 내려다보고
구석구석 찬찬히 살펴보고
그 삶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궁금하여 다시 찾아보고
그러면 조금의 안목이 생길까?
친규 규웅이의 수채화에서 꽃을 바라보는 그의 안목을 읽어본다.
해바라기처럼/정완영
해바라기는
그 대궁부터가 굵고 튼튼하다
키도 다른 꽃들과 상대도 안된다
웬만한 담장쯤은 휙휙 넘겨다본다
꽃판은 사발만큼.
꽃잎은 사자수염,
부릅뜬 눈이다
발등에 부어주는 물쯤으로는
아예 목을 축일 수 없다
먼 산을 넘어 온 푸른 소나기라야
생기가 돈다
장대비를 두들기고 가면
다른 꽃들은 온통 진창구가 돼도
그는 오히려 고개를 번쩍 든다
샛바람은 그의 몸짓
무지개는 그 음악이다
해님도
다른 꽃들에게처럼 집실 같은 보드라운 볕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금빛 화살을 마구 쏘아 주는 것이다
손가락만한 화단에 피는
마을 조무라기 같은 꽃이 아니라,
군화신고 온 우리 아버지같이
키가 크고 늠름한 꽃
우리집을 삥 둘러 선 환한 꽃
나는
해바라기 같은
장하고 훤칠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연잎에 맺힌 수정 몇 알
미처 떠나지 못한 외로움의 결정체
정오의 햇볕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날
모든 그림자 발 밑으로 숨기고
눈부시게 피어난 하얀 연꽃
그 마음 속엔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분을 품고 계신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목화
솜사탕보다 달콤하게 피어 난
하얀 꽃송이,
크게 한 입 베어 먹고 싶다.
배경은 흐리게 자신은 돋보이게.
여름과 가을 지나
따스한 겨울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