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낚시
박예신
물상들이 번져가는 어슬한 하늘 움켜쥔 새벽. 틈으로 푸른빛 스치더니 이내 어둠은
바다를 기억으로 길게 풀어놓는다. 꽤 괜찮은 미끼를 산 낚시꾼이라면 으레 찾는 그 곳.
긴 장대 쥔 어둑한 손들이 끊임없이 베어대는 채찍소리.
벌어진 암흑 사이로는 가늠키 어려운 뭔가가 일렁이는 듯.
침묵은 침묵을 질러대고 산전수전이 무언으로 공간에 쟁쟁한 순간.
뇌리에 깊이 묻어둔 별 몇 개는 음파에 부딪혀
검푸른 바다로 떨어지고 은빛으로 부서진다.
하얀 포말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은빛 조각들이
꾼들의 주린 눈동자 위에 가득 들어찰 때까지.
한 살배기의 미소가 언뜻 지평선에 걸쳐있다. 하지만,
아이가 휩쓸린 별과 아버지가 뿌려진 달은 슬프다.
혹은 애상을, 혹은 사라진 순간을 건진다고 하는
이른 새벽이 연주하는 푸른빛 안개.
감정이 씨줄과 날줄로 낚싯줄에 엉키거나
그물로 한 움큼 건져지는 민생의 곳.
내일도 이곳을 지배할 만감의 울림은
태양의 저쪽 편으로부터 타오르다가
서서히 붉게 사그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