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바람의 노래 /문병란

능선 정동윤 2015. 9. 30. 15:17
 바람의 노래 
 
 
문병란
 
 
 
 
어젯밤 알프스 넘어간 구름
 
오늘은 어느 항구에서 빈 술잔에 포도주를 채우는가.
 
 
방랑길에서 바람이 가르쳐 준 말은
 
인생은 맹세하지 말라는 것
 
머물지 않는 바람은 저만치 고개를 넘으며
 
내일 쉴 곳을 정해놓지 않는다.
 
 
오늘은 오늘의 술을 마시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국경이 없어도 외롭지 않은 바람은 유유히 손을 흔든다.
 
정 주지 마라
 
꿈을 버려라
 
미워하지 마라
 
미련을 남기지 마라
 
 
네가 앉았던 자리
 
네가 마셨던 잔
 
이제는 다른 사랑이 속삭이고
 
다른 잔을 마신다, 뒤돌아보지 마라.
 
 
바람이 앉았다 간 자리
 
오늘도, 작은 풀꽃 하나 흔들리고 있다
 
이름이 무어냐고 묻지 마라, 다짐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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