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정동윤
음흉한 홍제천의 포식자인가
무아의 경지에 이른 고고한 신선인가
흐르는 구름 일렁이는 물빛도
왜가리 꼿꼿한 자세 흔들지 못한다
지긋이 눈을 감은 체
부리에서 발끝까지 미동조차 없다
이따금 번쩍 눈을 떠서
무심히 물결 아래 내려다볼 뿐이다.
노란 장화 쇠백로가 가까이서
물장구치며 떠들썩해도 홀로 고요하다
저 왜가리 좁은 목구멍으로
어른 손바닥만 한 물고기를
꿀렁꿀렁 삼키는 걸 본 뒤로
왜가리의 묵묵부답 기도하는 모습이
참으로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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