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우는데/황금찬
낙엽이 남기고 간
싸늘한 구름의 대화들이
지금은 빈 가지 끝에
달무리로 뜨고
옷깃 세우고 총총히 돌아가는
발소리를 듣고 있어라
장미밭엔
아직도 꽃그림자가
하이얗게 변모한 가는 손을 흔들고
5월 그 어느날
무성했던 하늘빛 이파리들이
뿌려놓은 꿈을
잔인한 발길을
밟고 있어라
뉘우치는 일은
선한 행위요
후회는 악한 사람들의
신음소리에 지나지 않는
서로 어긋남의 윤리를
탓하지 말라
어쩌면 그것이
우리들의
생활인 것을
종이 우는데
또 한 해가 말없이 기우는
이 절정에
소리없는 비파를 치며
눈이 내리는가
12월 그 의미는
종말이 아니거니
자연을 날려라, 푸른 하늘에
그리고 종을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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