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몸/나태주

능선 정동윤 2011. 8. 24. 09:11

몸/나태주

 

아침저녁으로 맑은 물로

깨끗하게 닦아주고

매만져 준다

당분간은 내가 신세지며

살아야 할 사글세 방

밤이면 침대에 반드시 눕혀

재워도 주고

낮이면 그럴 듯한 옷으로

치장해 주기도 하고

더러는 병원이나 술집에도

데리고 다닌다

처음에는 내 집인줄 알았지

살다보니 그만 전세집으로 바뀌드니

전세 돈이 자꾸만 오르는 거야

견디다 못해 전세 돈 뻬어

이제는 사글세로 사는 신세가 되었지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방세는 점점 오르고

그러나 어쩌겠나

당분간은 내가 신세져야 할

나의 집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씻어주고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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