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나뭇잎 하나/김광규

능선 정동윤 2011. 9. 1. 09:46

나뭇잎 하나/김광규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가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곳을 지나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도

그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이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흗날리는 날

앙상한 대추나무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서 한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 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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