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읽는다/손옥자
캡슐 한 알을 삼킨다
캡슐은 느리게 내 몸 속을 다니면서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훤히 비추어 낸다
침침하고 어두운 곳 좁고 깊은 곳
암울한 곳에 엎드려 있는 것까지
몇 번을 들락거리며 밝혀낸다
그저 그냥 두면 좋은 것까지
깔짝거리며 건드려 놓는다
아문 것 같은 오래 전 이별의 자리가
아직 벌건 채로 아프다
그 어둡고 긴 터널 속을 캡슐은 다시
되씹어 간다
짜릿한 통증이 몸 전체로 퍼진다
심하게 주름이 잡혀있다
저 주름 속 어디,
상처가 있단다
그 상처를 들락거리며
누가 알을 슬어 놨는지
캡슐이 찰칵찰칵 셔터를 눌러댄다
알 속에 감추어진
최첨단 캡슐도 찾아내지 못하는
어떤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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