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자연도서관/배한봉

능선 정동윤 2011. 9. 7. 12:29

자연도서관/배한봉

 

 

부들과 창포가 뙤양볕 아래서

목하 독서중이다. 바람 불 때마다

책장 넘기는 소리 들리고

더러는 시집을 읽는지 목소리가 창랑같다

물방개나 소금쟁이가 철없이 장난 걸어올 때에도

어깨 몇번 출렁거려 다 받아주는

싱싱한 오후, 멀리 갯버들도 목하 독서중이다

바람이 풀어놓은 수만권 책으로

설렁설렁 더위 식히는 도서관, 그 한켠에선

백로나 물닭 가족이 춤과 노래자랑 펼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가 깊어가고

나는 수시로 그 초록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다가 스스로 창랑의 책이 되는 늪에는

수만 갈래 길이 태어나고

아득한 옛날의 공룡들이 살아나오고

무수한 언어들이 적막 속에서 첨벙거린다

이때부터는 신의 독서시간이다

내일 새벽에는 매우 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자연도서관에 들기 위해서는

날마다 샛별에 마음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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