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파랑도/이희중

능선 정동윤 2011. 9. 7. 21:23

파랑도/이희중

 

 

파전을 익히며 술을 마시는 동안

더워서 벗어 둔

쇠걸상에 걸쳐 둔

저고리, 내 남루한 서른 살

황태처럼 담배잎처럼

주춤 매달려 섭씨 36.5도의 체온을

설은살 설운살 서른살을 말리고 있다

소란한 일 없는 산 속의 청주

한 가운데 섬이 있다

소주집 파랑도

바람 불어 물결 치고 비 오는 날은

사람마다 섬이며, 술잔마다 밀물인데

유배지 파랑도에서

저고리는 매달린 채 마르기를 기다린다

술병이 마르기를 풍랑이 멎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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