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도/이희중
파전을 익히며 술을 마시는 동안
더워서 벗어 둔
쇠걸상에 걸쳐 둔
저고리, 내 남루한 서른 살
황태처럼 담배잎처럼
주춤 매달려 섭씨 36.5도의 체온을
설은살 설운살 서른살을 말리고 있다
소란한 일 없는 산 속의 청주
한 가운데 섬이 있다
소주집 파랑도
바람 불어 물결 치고 비 오는 날은
사람마다 섬이며, 술잔마다 밀물인데
유배지 파랑도에서
저고리는 매달린 채 마르기를 기다린다
술병이 마르기를 풍랑이 멎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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