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생각/정동윤
이젠 이 거대 도시를 빠져나가
민들레꽃 무게로 살고 싶다.
굳이 노동 하지 않아도 좋다면
숲과 나무와 새와 곤충들과 친해지고 싶다.
아이들 찾아오면 삼겹살 구워먹고
친구들 찾아다니며 술추렴도 하면서
가을엔 보일러 약하게 틀어놓고
감자나 고구마 삶아 먹으며 연속극 봐도 좋고
모아 둔 애송 시집 들춰가며
밤늦도록 암송하며 지낼 수도 있고
가끔 여행 떠날 준비로
퉁탕거리며 작은 소란 피우기도 하겠지만
아내와 마주 보며 웃기도 할 것이다
그런 날을 피곤한 줄도 모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