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밥과 무덤/김영석

능선 정동윤 2011. 9. 15. 15:49

밥과 무덤/김영석

 

 

밥을 보면 무덤이 생각난다

 

소학교 다니던 시절

어느 해 따뜻한 봄 날

마을 뒷 산의 한 무덤 앞에는

무덤 모양 동그랗게 고봉으로 담은

흰 밥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지난 해 흉년에 굶어 죽은 이의

무덤이었다

새 싹들을 어루만지는 봄볕 속에서

봉분은 그의 죽음의 무덤이고

밥은 그의 삶의 무덤인 양

서로 키를 재고 있었다

봄이 되면

눈물도 아롱지는 먼 아지랑이 속

다냥한 밥과 무덤 아롱거린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겨울이 지나면/추은희  (0) 2011.09.15
무늬/이시영  (0) 2011.09.15
집/김명인  (0) 2011.09.15
동지(冬至) 다음 날/전동균  (0) 2011.09.15
화남풍경/박판서  (0) 201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