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무덤/김영석
밥을 보면 무덤이 생각난다
소학교 다니던 시절
어느 해 따뜻한 봄 날
마을 뒷 산의 한 무덤 앞에는
무덤 모양 동그랗게 고봉으로 담은
흰 밥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지난 해 흉년에 굶어 죽은 이의
무덤이었다
새 싹들을 어루만지는 봄볕 속에서
봉분은 그의 죽음의 무덤이고
밥은 그의 삶의 무덤인 양
서로 키를 재고 있었다
봄이 되면
눈물도 아롱지는 먼 아지랑이 속
다냥한 밥과 무덤 아롱거린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겨울이 지나면/추은희 (0) | 2011.09.15 |
---|---|
무늬/이시영 (0) | 2011.09.15 |
집/김명인 (0) | 2011.09.15 |
동지(冬至) 다음 날/전동균 (0) | 2011.09.15 |
화남풍경/박판서 (0) | 2011.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