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다음 날/전동균
1.
누가 다녀 갔는지, 이른 아침
눈 위에 찍혀 있는
낯선 발자국
길 잘못 든 날짐승 같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간 흔적 같기도 하고
그 발자국은
뒷마당을 조심조심 가로질러 와
문 앞에서 한참 서성대다
어디론가 문득
사라졌다
2.
어머니 떠나신뒤, 몇 해 동안
풋감 하나 열지 않는 감나무 위로
처음 보는 얼굴의 하늘이
지나가고 있다
죽음이
삶을 부르듯 낮고
고요하게
-어디 아픈 데는 없는가?
-밥은 굶지 않는가?
-아이들은 잘 크는가?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과 무덤/김영석 (0) | 2011.09.15 |
---|---|
집/김명인 (0) | 2011.09.15 |
화남풍경/박판서 (0) | 2011.09.15 |
쌀/정일근 (0) | 2011.09.15 |
봄의 금기 사항/신달자 (0) | 2011.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