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동지(冬至) 다음 날/전동균

능선 정동윤 2011. 9. 15. 14:38

동지(冬至) 다음 날/전동균

 

1.

누가 다녀 갔는지, 이른 아침

눈 위에 찍혀 있는

낯선 발자국

 

길 잘못 든 날짐승 같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간 흔적 같기도 하고

 

그 발자국은

뒷마당을 조심조심 가로질러 와

문 앞에서 한참 서성대다

어디론가 문득

사라졌다

 

2.

어머니 떠나신뒤, 몇 해 동안

풋감 하나 열지 않는 감나무 위로

처음 보는 얼굴의 하늘이

지나가고 있다

 

죽음이

삶을 부르듯 낮고

고요하게

 

-어디 아픈 데는 없는가?

-밥은 굶지 않는가?

-아이들은 잘 크는가?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과 무덤/김영석  (0) 2011.09.15
집/김명인  (0) 2011.09.15
화남풍경/박판서  (0) 2011.09.15
쌀/정일근  (0) 2011.09.15
봄의 금기 사항/신달자  (0) 201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