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정일근
서울은 나에게 쌀을 발음해 보세요, 하고 까르르 웃는다
또 살을 발음해 보세요, 하고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나에게는 쌀이 살이고 살이 쌀인데 서울은 웃는다
쌀이 있는 쌀나무가 있는 줄만 알고 자란 그 서울이
농사 짓는 일이 하늘의 일로 알고 살아온 우리의 농사가
쌀 한 톨 제살점같이 귀중히 여겨온 줄 알지 못하고
제 몸의 살이 그 쌀로 만들어지는 줄도 모르고
그래서 쌀과 살이 동음동의어라는 비밀 까마득히 모른 채
서울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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