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쌀/정일근

능선 정동윤 2011. 9. 15. 14:16

쌀/정일근

 

 

서울은 나에게 쌀을 발음해 보세요, 하고 까르르 웃는다

또 살을 발음해 보세요, 하고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나에게는 쌀이 살이고 살이 쌀인데 서울은 웃는다

쌀이 있는 쌀나무가 있는 줄만 알고 자란 그 서울이

농사 짓는 일이 하늘의 일로 알고 살아온 우리의 농사가

쌀 한 톨 제살점같이 귀중히 여겨온 줄 알지 못하고

제 몸의 살이 그 쌀로 만들어지는 줄도 모르고

그래서 쌀과 살이 동음동의어라는 비밀 까마득히 모른 채

서울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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