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죽 구두/손택수
세상은 그에게 가죽구두 한 컬레를 선물했네
맨발로 세상을 떠돌던 그에게
검은 가죽구두 한 컬레를 선물했네
부산역 광장 앞
낮술에 취해
술병처럼 쓰러져
잠이 든 사내
맨발이 캉가루 구두약을 칠한 듯 반들거리고 있네
세상의 온갖 흙먼지와 기름떼를 입혀 광을 내고 있네
벗겨지지 않는 구두,
그 누구도
벗겨갈 수 없는
맞춤 구두 한 컬레
죽음만이 벗겨줄 수 있네
죽음까지 껴 신고 가야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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