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원숭이와 설탕 /김남주

능선 정동윤 2011. 9. 16. 10:38

원숭이와 설탕 /김남주



참 우습기도 하다
인디언들이 원숭이를 잡는법은
그들은 이렇게 원숭이를 잡는다는 것이다
코코야자 열매를 따서 옆구리에 구멍을 낸다
원숭이의 빈손이 들어갈만 하게 파서
거기에 원숭이가 제일 좋아하는 설탕을 넣고
높다란 나뭇가지에 그것을 메달아 놓는다
그러면 영락없이 원숭이가 와서 잽싸게
구멍에 손을 찔러넣고 덥석 설탕 덩어리를 움켜쥔다
그러나 설탕덩이를 거머쥔 원숭이의 주먹손은
아무리 용을 써도 빠지지 않는다
뻘뻘 땀이 흐르도록 팔이 빠지도록 잡아당겨도 빠지지 않는다
설탕을 놓아버리면 쉽게 손을 뺄수 있으련만.......
그러나 어찌 그 좋은 것을 감히 포기하랴
사람이 접근해서 손짓 발짓으로 위협해도
막대기로 빨간 똥구녕을 쑤셔대도 막무가내인 것이다
결국 인디언이 쏜 화살에 맞고서야 죽고 나서야
주먹을펴고 설탕을 놓는다는 것인데


참 우습기도 하다
원숭이가 움켜쥔 설탕을 놓는 것하고
후진국의 대통령이 움켜쥔 권력을 놓는 것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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