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이정록
네 이름이 참나무인 것은
미루나무처럼 곧거나
목련처럼 소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툭툭 터진 껍질 가득
앞발 날카로운 집게벌레와
독침 벌름거리는 왕퉁이를 다스리기 때문도 아니다
수많은 나무 중에 네가 참씨인 것은
단단한 성깔 아꼈다가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손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괭이나 도기자루 새암배미 참말뚝까지
땀 흘려 일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댕강댕강 잘려 버섯까지 키우는 그대,
아직도 옆구리 퍼렇게 매질 사납지만
조그만 이마를 향해
온몸으로 사랑해 줄 상수리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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