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비정규직

능선 정동윤 2011. 5. 4. 10:04

 

비정규직/정동윤

 

새벽 다섯 시 반

지하철의 정해진 칸 칸은

건물를 가꾸는 미화원들의 아고라

흉악한 소장의 일그러진 모습

악랄한 반장의 비겁한 횡포가

육성 찌라시로 전파된다.

 

아줌마보단 나이 많고 

할머니라기는 좀 이른 주름살 

잠이 들어야 일손 놓는 휴식

국민연금에서도 제외되고

고용보험도 받아주지 않는

용역회사가 속으로 좋아하는 어르신내

매년 고용계약서 새로 쓰며

10년을 일해도 새내기 대우 

 

최저임금은 알지만 모른 척하는

갈수록 척박한 고용불안

나이만 물어도 희미해지는 알 전등

24시간 불 켜진 경비초소

집안 대소사가 거의 끝나

휴가는 필요 없고 공휴일도 일 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로 취업한 사람들

환영한다면서 푸대접받는 알 전등의 비애

 

그저 이야기만 들어주고

고개만 끄덕거려 주어도

무심한 표정 한순간 폈다 오므리는

기계보다 정확히

조이고 닦고 기름치는 비정규직 하루

 

 바라보는 나도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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