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나무 껍질이 붉은 빛을 띠고 속살도 유달리 붉어 주목(朱木)이란 이름이붙었다. 흔히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말한다. 수백 년에서 천 년을 넘게 살고 또 목재는 잘 썩지 않기 때문이다. 소백산, 덕유산 등 높은 산의 꼭대기에는 수령이 수 백 년 된 주목이 무리를 이루어 자라고 있다.
어릴 때의 주목은 쨍쨍 내려 쪼이는 햇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더 많은 햇빛을 받아들여 더 높은 자람을 하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그것도 아주 천천히 숲 속의 그늘에서 적어도 몇 세기는 내다보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이어간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주위의다른 나무보다 키가 커져 햇빛을 받는데 불편함이 없다. 이런 느긋한 삶의 자세는 오늘날 산꼭대기로 쫓겨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 되었는지 모른다.다행히 정원수로서 주목(注目)받게 되어 지금은 우리의 주변에서 비교적쉽게 만날 수 있다.
주목은 어릴 때 생장이 늦은 반면 잔가지가 잘 돋아난다. 그래서 나무를 여러 모양으로 쉽게 다듬어 취향에 맞게 만들 수 있어서 정원수로서는 제격이다. 목재는 시신을 감싸는 관재(棺材)로 최상품이었다. 평양부근의 오야리 19호 고분에서 출토된 낙랑고분의 관재는 두께가 25cm에 지름이 1m가 넘는 주목 판재로 만들었다.
결이 곱고 잘 썩지 않으며 재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나무의 붉은 색은 잡귀를 내쫓고 영원한 내세를 상징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서양에서도 주목은 관재로 쓰였다. 또 활을 만드는 재료로도 아껴온 나무이며 얇은 판자를 만들어 관리들이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드는 홀(笏)로 사용하였다.
붉은 줄기에서 추출한 액은 궁녀들의 옷감에서 임금님의 곤룡포까지 옷감을 물들이는데 쓰였다 한다. 최근에는 껍질에서 추출한 파클리탁셀이라 는 성분으로 미국 BMS사가 '택솔'이라는 항암제를 만들어 유명한 나무가 되었다. 택솔은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것으로 다른 치료제와 함께 사용해 말기암환자를 완치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알려져 있다.
주목의 여러가지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역사 기록에 주목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창덕궁, 경복궁 등 궁궐에도 주목이 빠지지 않고심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선조들이 가까이 두고 귀하게 여긴 나무임에 틀림없다.
전국의 높은 산에 자라며 늘 푸른 바늘잎 큰 나무이다. 자라는 속도는 너무 늦어 1년에 굵기의 자람이 1-2mm 남짓하니 제법 굵어 보인다 싶으면 수령은 벌써 100년을 훌쩍 넘는다. 잎은 바늘잎 모양이나 소나무처럼 가늘고 긴 것이 아니라 납작하고 짧다. 표면은 사시사철 짙은 초록빛이며 뒷면은 연한 초록빛이다.
열매는 앵두만큼이나 고운 빛의 붉은 열매가 조그마한 컵을 달아 놓은 것처럼 연초록 잎새 사이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컵 속에는 흑갈색의 종자가 한 개씩 들어 있는 모양이 독특하다.
울릉도 성인봉에 자라며 잎의 넓이가 더 넓은 회솔나무, 설악산의 설악눈주목은모두 주목과 가까운 형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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