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가님, 오랫만이시죠? 반갑습니다. 신석종 입니다.
제가 오늘, 님이 올려놓으신 글을 차근히 보았습니다.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에 영양가 없는 몇 글자 남기고 갑니다.^^
대개 글을 평가하는 쪽의 사람은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 정작 본인이 쓰는 글은 형편없이 약하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별 볼일없다는 겁니다. 저는 81년도부터 지금까지 약 22년간 글을 쓰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겪어보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문인분들이 자신의 재능과 자질을 충분히 발전시켜서 일가를 멋지게 이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어떤 문인들은 글 쓰는것을 무슨 큰 벼슬이라도 하는 것같이 착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사람은 패물처럼 장식품으로 자신의 이름앞에 몇줄씩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싶으니까 그랬다고 하지요. 그래서 좋습니다. 그것까지는 이해한다고 합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더러운 문인의 모습은 본인은 실력이 안돼면서도 남의 글을 "자기의 지적수준에 맞추어서 평가하는 바로 그 못된 버릇을 가진 인간들"입니다. 게다가 이런 부류의 인간들보다 더 기막히게 못된 인간은 "지금 이야기한 그런 자의 경우에다가 한술 더 떠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을 골라서 좌와 우로 나누고 정확하게 편애하여 평가하는 더 후안무치한 사람"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제가 지금 박작가님의 글에 충분히 공감을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文人인체하는 인간들을 콧방귀로 날릴 수 있는 "심지와 실력"을 우리 작가들이 스스로 훌륭히 키워나가면, 그 얼띠게 평을 하던 그런 인간들은 결국 본인 스스로가 "어차피 녹아서 없어지는 봄날의 잔설"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말겠지요. 저는 그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제가 해외무역관계로 외국에서 외국의 여러문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참으로 엄청나게 부러울만큼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마도 이런 이유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1. 그들에게는 등단이라는 제도가 없습니다.
2. 누구라도(비록 농민이라도) 인생의 말년에는 자서전을 출판합니다.
3. 글쓰는 무형의 재산을 자신의 치장물로 삼지를 않습니다.
4. 아주 유명한 문인의 명함을 받아보더라도 이름과 전화번호만 있지요.
5. 시집을 내면 서로 책을 사줍니다. (그네들 문화의 멋진면)
6. 창작을 하면서 결코 서둘거나 감투를 만들지 않습니다.
7. 아주 조용히 글을 만들어(창작만) 갑니다.
8. 동호인 모임은 주로 집에서 갖지요(동호인들 상호간 번갈아서).
9. 모임에서는 이론 강의를 하지 않습니다(모임에 대한 치장이 없음).
10.평가도 상호간 실시합니다.
그래서 총괄적으로 우리는 뭔가 특별한 계급의식과 더불어 "정해진 코스이동"이라는 형태의 틀이 문인들에게 족쇄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문예지의 공통점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등단제도를 통해서 그들의 목숨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문예지들의 등단제도는 오로지 책 팔아먹는 수단 밖에 없습니다. 그 더러운 제도로 인해서 책장사꾼들의 먹이가 되는 것은 소위 이름에 뭔가를 달고 다니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그래서 꼭 등단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좋은 표적이자 대상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이한 존재 (일본과 한국뿐)이지요. 이런 것을 알고나면 얼마나 한심하고 어리석은 제도속에 우리 작가들이 속하고 싶어서 엄청 안달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가 존재하게된 뿌리는 "비평의 힘"에 근원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힘은 거의 폭력적일 만큼 막강합니다. 칼을 쥐었으니까요. 그리고서 작가들 머리위에서 내려다 보고 "우리가 말하는 것은 곧 법이다"라는 식으로 지금까지 역시 해충처럼 기생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적으로 그들에게는 오만불손한 버릇이 먼지처럼 끼어있지요.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작가들은 입하나도 벙긋하지 못하는... 참으로 등신처럼 살아가는 것이었구요. 이런 것이 곧 하나로 연결되어지는 총체적인 문단의 먹이사슬이랍니다.
가장 사람답고 인간다워야할 정신의 거름이 되는 문학의 밑바탕이 이렇게 형편없는 제도의 미개함과 함께 어지럽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늘 이곳에 존재하는 어둠의 대통령들을 각 분야에서 모시고 그들의 눈치만보고 깨갱거리는 노예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속 쓰리는 편애의 평가"는 이렇게 되어서 우리 문단에 난무하는 또 하나의 독버섯인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박 작가님, 그들을 깡그리 무시하세요. 저는 그런 부류를 무척 많이 보아왔고, 또 처절하게 싸워 왔지요. 만약 제가 오늘 이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다 쓴다면 아마도 기도 안차는 것들을 아시게되겠지만, 오늘은 간단하게 "세상이 정말 이렇더라"하는 정도만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박작가님께서 많이 분노하시는 것을 이해하지만 글을 계속써야 하는 글쟁이에게는 고유의 명제가 "지속적인 창작"입니다. 그래서 더 꿋꿋하게 그들을 교육시켜 나아가도록 하시죠. 그래야만 합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그런 방향으로 지금껏 살아왔습니다......지금까지. 그래서 그때부터 문인들이 저에게 붙여준 별명이 "野人"이었답니다. 물론 이것이 저에게는 호가 되었습니다.^^ 박 작가님, 결코 어떠한 달콤한 유혹에도 현혹되지 말아야하고 백번을 욕을 먹고 왕따를 당하더라도 글쟁이는 "곧은 심지" 하나는 평생 갖고 살아야한다고 봅니다. 제가 83년도에 등단을 하고서도 스스로 그것을 취소시키고서...그리고 지금까지 바라본것들이 그런 아픔의 연속이었음을 말씀드리고 물러갑니다. 더욱 용기내시기 바랍니다. 비가 많이 옵니다. 언제나 건강하소서.
2003. 7. 24. 신석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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