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詩論)들

그리움/쉬어가기

능선 정동윤 2011. 9. 20. 06:53

그리움



그대는 어디로부터 오는 구름인가요
예고도 없이 와서 날 드리우더니
어느 새 흔적 없이 사라지는 바람인가요

길 위에 망연(茫然)히 서면 앞서 계시고
외로움 한잔 적시기도 하시더이다

누일 곳 없는 애심(愛心) 강물에 띄우면
산그림자로 함께 흐르는 그대
어느 바람결에 무늬 지어 나르다가
저 물결 사이사이 흐르는 것입니까

아무리 질긴 미련이어도 끝내는 삭았으려니
하여 돌아서면 장미꽃 향기는 어쩌란 말입니까
마른 미소로 뒤척이는 낙엽은 또 어찌해야 하나요

이른 아침 하늘대는 코스모스 꽃잎 위에
꼼지락거리는 진주인가요
새벽 호수 모락모락 피어나는 안개에 젖어
졸고 있는 그믐달인가요

어둠이 길게 누운 밤거리 떠도는 함박눈은
유리창 살짝 긁고 흘러 내린 빗방울은
그대의 자취입니까

한 번 물들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불빛 저녁놀 기인 그림자로 오시는 그대

아아, 그대의 선물은 내 슬픈 속앓이로 남아서
세월이 흐를수록 도져가는 나의 상처입니다



호흡을 한 번 가다듬는 의미에서 잠시 쉬어가도록 하였습니다. 그리움을 노래한 시는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또는 이별의 한을 안고 또는 재회의 소망을 간직한 채 많은 시인들이 즐겨 다룬 주제일 것입니다.

필자는 조금 비켜서서 "그리움" 자체를 다뤄보았습니다. 갑자기 튀어오르는 그리움은 시공을 초월하여 짐작할 수도 없이 아무 때나 우리의 가슴을 휘어젓는 연민이며 고통이며 애절함 입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그리움은 사람마다 제 가슴에 파편처럼 지니고 살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