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박성룡
한없이 커져만 있으려는 등불보다는
때가 되면 꺼질 줄도 아는, 그런 등불....
며칠 동안 맑은 와등처럼 켜 있던 흰 목련꽃이
오늘은 뜰 귀 한쪽에서
소리없이 지고 있다
숨소리는 입 안에서만 머금고 사는
이 화사한 봄날-그러나 단 며칠동안
아침의 현관을 나설 때마다
그 불빛 이마 위에 서늘하게 와 부딪치더니
오늘은 벌써 아픈 살이 되어
뜰 귀 한쪽에
흩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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