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백목련/박성룡

능선 정동윤 2011. 9. 20. 11:07

백목련/박성룡

 

 

한없이 커져만 있으려는 등불보다는

때가 되면 꺼질 줄도 아는, 그런 등불....

며칠 동안 맑은 와등처럼 켜 있던 흰 목련꽃이

오늘은 뜰 귀 한쪽에서

소리없이 지고 있다

숨소리는 입 안에서만 머금고 사는

이 화사한 봄날-그러나 단 며칠동안

아침의 현관을 나설 때마다

그 불빛 이마 위에 서늘하게 와 부딪치더니

오늘은 벌써 아픈 살이 되어

뜰 귀 한쪽에

흩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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