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서로 합쳐져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한다. 두 몸이 한 몸이 된다하여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과 흔히 비유하여 "사랑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들 군대있을 때 면회를 가본 홍천군 남면 유치리 육군 제6161부대 내에는 사랑나무가 있다. 잘 가꾸어진 소나무 숲에 유독 두 그루의 소나무가 서로 맞닿아 있어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엑스(X)' 모양이다.
연리목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가까이 심겨진 두 나무는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고 나무들이 조금씩 자라나, 줄기가 차츰 굵어지면 맞닿게 된다. 서로 맞닿은 부분은 자랄수록 껍질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수년간 제 살이 벗겨지는 고통을 반복한다. 결국 껍질은 안쪽으로 밀려나 속살이 그대로 맞부딪쳐 지름생장을 하는 부름켜가 이어지게 된다. 그러다 세포가 서로 섞여 자리 잡아 마침내 운명을 함께하는 한 몸이 되는 것이다.
연리목은 다른 종(種)의 나무가 붙어 있어 맞닿아 있는 것과는 다르게 같은 종의 나무에서만 일어나는 완전한 연리를 보기는 힘들다. 소나무와 참나무처럼 종류가 다른 나무는 수 십 년이 아니라 수 백 년을 같이 붙어 있어도 그냥 맞대고 있을 따름이지 세포의 종류와 배열이 서로 달라 연결될 수 없으며 양분 교환은 어림없는 일이다. 또한 대개 보호수는 마을 앞 어귀 또는 도로가에 있어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이곳의 소나무는 부대 안에 자라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
오래 전 아무도 찾지 않았을 정상의 척박한 환경에 뿌리내리고 비바람과 설한풍에 시달리면서 나무가 생존이 어렵고 팍팍해 외로움을 달래며 시름을 달래고파서 연리목이 된 것일까? 아니면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어떤 인연이 고단한 이승의 생으로 태어나 어렵사리 사랑의 결실로 맺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리목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삶을 배운다. 서로의 단점을 감싸주지 못하고,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지금의 연애풍토를 이 연리목이 꼬집고 있는 듯도 하다. 또한 나누고 살지 못하는 지금의 각박한 인간사를 몸소 모범을 보여 가르치고 있는 듯도 하다. 사랑, 나눔의 상징, 연리목…, 한번 이어지면 천년을 함께하는 연리목이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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