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강/송수권

능선 정동윤 2011. 9. 20. 19:57

강/송수권

 

 

이 겨울에는

저무는 들녘에 혼자 서서

단호한 믿음 하나로 이마를 번뜩이며

숫돌에다 칼을 가는 놈이 있다

제 섰던 자리

벌판을 두 동강 내어

어슬어슬 황혼 속을 걸어가는 놈이 있다

 

보아라, 저 방랑의 검객

한 굽이 돌면서 모래밭을 만들고

또 한 굽이 돌면서 모래밭을 만드는 건 힘이다

 

누가 저 유연한 힘의 가락 다시 꺽을 수 있느냐

누가 저 유연한 힘의 노래 다시 부를 수 있느냐

 

우리는 어느 산 굽이

또 한 바다의 퍼어런 금이 설 때까지

흐덕흐덕 지는 잎새로나 숨어

유유히 황혼 속을 사라지는

저 검객의 뒷모습이나 지켜볼 일이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는 해 좋다/나태주  (0) 2011.09.21
태백선(太百線)/나태주  (0) 2011.09.21
거름 보시/이성선  (0) 2011.09.20
구름과 바람의 길/이성선  (0) 2011.09.20
미시령 노을/이성선  (0) 2011.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