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송수권
이 겨울에는
저무는 들녘에 혼자 서서
단호한 믿음 하나로 이마를 번뜩이며
숫돌에다 칼을 가는 놈이 있다
제 섰던 자리
벌판을 두 동강 내어
어슬어슬 황혼 속을 걸어가는 놈이 있다
보아라, 저 방랑의 검객
한 굽이 돌면서 모래밭을 만들고
또 한 굽이 돌면서 모래밭을 만드는 건 힘이다
누가 저 유연한 힘의 가락 다시 꺽을 수 있느냐
누가 저 유연한 힘의 노래 다시 부를 수 있느냐
우리는 어느 산 굽이
또 한 바다의 퍼어런 금이 설 때까지
흐덕흐덕 지는 잎새로나 숨어
유유히 황혼 속을 사라지는
저 검객의 뒷모습이나 지켜볼 일이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는 해 좋다/나태주 (0) | 2011.09.21 |
---|---|
태백선(太百線)/나태주 (0) | 2011.09.21 |
거름 보시/이성선 (0) | 2011.09.20 |
구름과 바람의 길/이성선 (0) | 2011.09.20 |
미시령 노을/이성선 (0) | 2011.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