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지는 꽃

능선 정동윤 2011. 9. 23. 11:06

지는 꽃/정동윤

 

 

꽃이 가엽게 지고 있다

물기 빠지고

흐름 막히고

누군가의 지령에 따라

꽃잎 날리거나

핀 채로 져 버린다

 

지는 꽃 아프진 않다

가야할 때 가고

머물 때 머물며

말라가며 뒹굴며

알알이 열매 맺으려

스스로 지고 만다

 

햇살 부족한 그늘에서

온 힘을 모아 피었던

가을밤의 하얀

옥잠화 등불

발빛 서늘해도

감상에 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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