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민들레 연가/임영조

능선 정동윤 2011. 9. 23. 23:45

민들레 연가/임영조

 

 

볼장 다 본 4월도 막가는 하순

나무들 모두 꽃잎 진 상처마다

메롱메롱 푸른 혀를 내밀어

내 하초에도 용용 약 올리는 날

홀연 다시 만난 여자여

노란 파라솔 생글생글 돌리며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까지 찾아 온

늦바람 난 시골뜨기 꽃이며

아직도 너는 화사하고 젊구나

늘씬한 키에 눈웃음 삼삼하고

간드러진 사투리도 여전하구나

그게 언제였던가?

고향의 동구 밖 고샅길에서

남 몰래 가슴 두근 마지막 본 게

나는 인제 네 출신을 묻지 않으마

이번 생만으로도 나는 지쳤다

그리하여 네 깊은 씨방 속

그 아늑한 어둠 속에 들어가

간절하고 빛부신 은유로 남고 싶다

내 가슴 속 허허로운 뒤란엔

똑 너 닮은 딸 하나 낳아놓고

마실 가듯 이승을 뜨고 싶다

육신을 허물어 중심에 들 듯

하얀 털모자 벗어 흔들며

너와 함께 두둥실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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