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연가/임영조
볼장 다 본 4월도 막가는 하순
나무들 모두 꽃잎 진 상처마다
메롱메롱 푸른 혀를 내밀어
내 하초에도 용용 약 올리는 날
홀연 다시 만난 여자여
노란 파라솔 생글생글 돌리며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까지 찾아 온
늦바람 난 시골뜨기 꽃이며
아직도 너는 화사하고 젊구나
늘씬한 키에 눈웃음 삼삼하고
간드러진 사투리도 여전하구나
그게 언제였던가?
고향의 동구 밖 고샅길에서
남 몰래 가슴 두근 마지막 본 게
나는 인제 네 출신을 묻지 않으마
이번 생만으로도 나는 지쳤다
그리하여 네 깊은 씨방 속
그 아늑한 어둠 속에 들어가
간절하고 빛부신 은유로 남고 싶다
내 가슴 속 허허로운 뒤란엔
똑 너 닮은 딸 하나 낳아놓고
마실 가듯 이승을 뜨고 싶다
육신을 허물어 중심에 들 듯
하얀 털모자 벗어 흔들며
너와 함께 두둥실 세상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