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능소화/이원규

능선 정동윤 2011. 9. 23. 23:53

능소화/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되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먹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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