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그 친구들

능선 정동윤 2011. 9. 25. 20:45

그 친구들/정동윤

 

저마다 자신들의 길을 가다

오늘은 잠시 숲길로 모였습니다

함께 걷고 싶은 이가 여럿 있어서요

 

코 밑의 솜털 거뭇해 질 무렵 만나

사십 년 다 되도록 이름 부르던

일기장 주인공 그 친구들 만났지요

 

한 십 년은 일하고 배우면서

몹시 바쁜 길을 걸어왔었고

 

또 한 십 년은 애들 키우고 방 늘리느라

정신 없는 길 헤매기도 하면서

 

다음 십 년은 무거운 책임과 중책으로

가슴이 타 들어가는 조바심의 길이었는데

 

뿌리 같은 부모님 멀리 보내고

아이들 둥지 떠나는 허전한 길까지 왔네요

 

우리는 혼자 걸은 것 같아도

함께 걸어왔고 가싯길 같아도 꽃을 피었고

 

혼자서 먼저 뛰어간 것 같아도

돌아보면 바로 뒤에 그 친구들 있었고

 

가장 뒤에 떨어져 외로운 길 같아도

눈 앞의 그 친구들 눈물 훔치며 돌아보았지요

 

이제 노래도 혼자 부르기 싫고

혼자 밥도 먹기 싫은 나이

함께 보듬고 어깨 나란히 맞추며

그윽한 숲길

코밑 거뭇한 그 친구들과 함께 걷다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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