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들/정동윤
저마다 자신들의 길을 가다
오늘은 잠시 숲길로 모였습니다
함께 걷고 싶은 이가 여럿 있어서요
코 밑의 솜털 거뭇해 질 무렵 만나
사십 년 다 되도록 이름 부르던
일기장 주인공 그 친구들 만났지요
한 십 년은 일하고 배우면서
몹시 바쁜 길을 걸어왔었고
또 한 십 년은 애들 키우고 방 늘리느라
정신 없는 길 헤매기도 하면서
다음 십 년은 무거운 책임과 중책으로
가슴이 타 들어가는 조바심의 길이었는데
뿌리 같은 부모님 멀리 보내고
아이들 둥지 떠나는 허전한 길까지 왔네요
우리는 혼자 걸은 것 같아도
함께 걸어왔고 가싯길 같아도 꽃을 피었고
혼자서 먼저 뛰어간 것 같아도
돌아보면 바로 뒤에 그 친구들 있었고
가장 뒤에 떨어져 외로운 길 같아도
눈 앞의 그 친구들 눈물 훔치며 돌아보았지요
이제 노래도 혼자 부르기 싫고
혼자 밥도 먹기 싫은 나이
함께 보듬고 어깨 나란히 맞추며
그윽한 숲길
코밑 거뭇한 그 친구들과 함께 걷다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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