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을 걷다/정동윤
그려, 하늘이라면 구월 하늘이 제격이지
고약한 팔월 손쉽게 밀어내는 구월 하늘쯤은 돼야지
뭐, 밀린 얘기 잔잔히 풀어 보려면
끼어드는 사람 없는 그늘 좋은 숲길, 그 숲길
두어 시간은 넉넉히 걸어야지
함께 걷기로는 세상을 알기 전에
먼저 알아버린 이름들, 그 친구들이 적격이지
가을 한복판을 휘감고 가는 시원한 바람보다
줄지어 걸어가는 저 그림, 최고의 배경화면 아닌가
마침내 그로 하여 술잔 기울이게 하고
잔 채워 줄 살가운 채무 평생 간직하고 싶구나
아무래도 웃음은 근모와 장식이처럼 싱그러워야지
떨어지기 싫은 아쉬움 절절히 묻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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