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풍경의 깊이2/김사인

능선 정동윤 2011. 9. 25. 22:01

풍경의 깊이2/김사인

 

 

이 길, 천지에 기댈 곳 없는 사랑하나 작은

보따리로 울고 간 길

그리하여 슬퍼진 길

상수리와 생강나무 할미꽃과 어린 풀들의

이제는 빈, 종일 짐승 하나 지나지 않는

환한 캄캄한 길

 

열일곱에 떠난 사람

흘러와 조치원  시장통 신기료 영감으로 주저 앉았나

깁고 닦는 느린 손길

골목 끝 남매 집에서 저녁마다 혼자 국밥을 먹는

돋보기 너머로 한번씩 먼 데를 보는

그의 얼굴

고요하고 캄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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