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호박돌 계단

능선 정동윤 2011. 6. 16. 13:17

 

호박돌 계단/정동윤

 

 

 

서초동 대법원 뒷산 언덕

이삼백 개의 호박돌이 두 줄로

같은 높이의 계단으로 박혀 있다.

 

 

한 아름의 지름으로

깬 돌이 아닌 매끈한 자연석으로

하나하나 준수한 풍모를 자랑한다.

 

 

이들도 한때는 마을 어귀에

‘축 합격’의 현수막이 걸릴 정도로

고향에서는 수재 소리를 들었다.

 

 

물론 수백 년 정자나무와도 같은 항렬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며

마을의 대표주자로 칭송도 받았다.

 

 

손색없는 이들이 대법원 뒷산에서

흰 셔츠에 까만 법복 입은 산까치의

흰 물똥 맞으며 밟히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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